은행권 가계대출이 1년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었다. 한동안 고금리의 영향으로 침체기를 유지했던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매매 관련 대출 움직임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특히 영끌족들이 잇따라 주택을 매수했던 2021년 10월 이후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가장 컸다.
9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6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4조2000억원 증가해, 2개월째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21년 10월(5조2000억 원) 이후 1년7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4조3000억 원 증가했다. 긴 침체기를 겪었던 부동산 매매 시장의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주택 자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월 1만9000호에서 2월 3만1000호, 3월 3만5000호, 지난 4월엔 3만3000호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중에서도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감소폭은 축소되는 분위기다. 전세자금대출은 3월 2조3000억 원, 4월 1조7000억 원의 감소를 보이다가, 지난달 6000억 원 감소로 그 폭을 줄였다. 윤옥자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한동안 월세 전환 현상이 두드러졌고, 올해 초까지 전세 거래량이 많이 줄었다. 전세가격 하락과 함께 전세자금대출도 감소했다"며 "그러다 전세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며 전세자금대출 감소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은행권 기타대출의 감소세도 주춤해졌다. 은행권 기타대출은 200억 원 줄어, 전월(5000억 원)에 비해 감소폭을 크게 줄였다. 지난달 여행, 가정의 달 소비 등과 관련한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