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원·달러 환율, 두달 만에 1200원대 마감
美 FOMC 동결 기대감에 韓 무역수지 적자 개선
美 통화정책·달러화 흐름 등 대외적 요인에
韓 반도체 수출 회복 등 경기적 요인도 변수
지난달 134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이번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9일 원·달러 환율은 1291.5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 4월 14일(1298.9원) 이후 약 2개월 만에 종가 기준 1200원대에 진입했다.
오는 15일(우리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전망과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종가(1303.7원)대비 12.2원 내린 1291.5원에 거래를 마쳤다.
1297.4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중 하락폭을 키우며 1291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종가 기준 1200원대에 진입한 건 지난 4월 14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번달 환율은 1320원대에서 시작해 일평균 환율이 13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환율 하락은 미 연준의 금리 동결 기대감이라는 대외적 요인과 우리나라 경기적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오는 15일(우리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기대가 환율 하락 재료로 소화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5월 28일∼6월 3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6만1000건으로, 23만3000건이었던 전주에 비해 2만8000건 증가했다. 전문가 전망치(23만5000건)를 뛰어넘는 것으로, 21개월 만에 최고치다.
채현기 흥국증권 수석연구위원은 "5월 고용지표가 잘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증가한 것이 고용시장 둔화 시그널로 작용했다"며 "이 영향으로 미 연준이 이번 달은 확실히 금리 인상을 쉬지(skip) 않겠느냐는 기대가 커졌다"고 밝혔다.
달러화 약세와 원화 되돌림 현상도 환율 1200원대 진입 재료로 소화됐다. 채 위원은 "달러 인덱스가 104대까지 올라갔다가 지금 103대로 다시 빠졌다"면서 "이와 함께 4월에서 5월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인 원화 가치가 되돌려지고 있는 것도 환율 하락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원화는 외국인 투자자 배당금 역송금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 4월 약세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금융권이 4월 말 대비 5월 말 달러 대비 주요 통화의 가치를 분석한 결과 원화만 강세(1.00%)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0.08%), 브라질(-1.00%), 인도(-1.08%), 필리핀(-1.42%), 싱가포르(-1.51%), 영국(-1.59%), 태국(-1.79%), 호주(-2.07%), 인도네시아(-2.14%), 일본(-2.64%), 중국(-2.67%) 등 나머지 주요국 통화는 모두 절하됐다.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 요인이 개선되는 것 또한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역수지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라며 "반도체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서 반도체 경기를 포함한 대외 무역수지 적자 문제가 조금은 개선될 수 있지 않느냐는 희망이 작용한 것"이라고 봤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연속 적자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적자 폭은 지난 1월 125억3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53억2000만달러, 3월 47억4000만달러, 4월 26억5000만달러, 5월 21억달러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당분간 1200원 중후반~1300원 사이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 FOMC 결과와 점도표·수정경제전망을 토대로 한 향후 금리인상 경로 등 미국 통화정책은 여전히 큰 변수다.
채 위원은 "다음주에는 환율이 1280원~1300원 언저리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1300원선이 이미 깨져 1280원 아래를 넘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돼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또 올릴 경우 한미 금리차가 2%까지 벌어질 수 있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환율 하락이) 우리나라가 대외적인 지불 능력 면에서 나쁜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3·4분기부터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시장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갈 경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채 위원은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경우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가 사실상 또다시 불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생각보다 견조한 상황을 봤을 때 환율이 아래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