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유지하던 원가율, 62%대로 상승 부담
원재료 가격 진정됐지만 반영까지 시간 걸려
코로나19 영향에 끝을 모르고 치솟던 국제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하면서 오리온의 다음 스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원재료 가격이 안정될 경우 가격 인하를 약속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였다.
다만 아직까지 오리온은 가격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진정됐지만 반영까지 상당 기간 시차가 있는 데다 여전히 높은 원가율도 부담으로 지목된다.
가격인상도 오리온은 달라
오리온은 지난 2022년 9월 초코파이를 비롯한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포카칩과 꼬북칩, 예감 등 오리온의 대표 제품들이 포함된 대규모 인상이었다.
오리온은 그간 해외 시장에서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기도 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동결"을 외쳐왔다. 오리온이 국내에서 가격을 올린 건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하지만 당시 오리온의 가격 인상은 경쟁사들의 인상과 다른 점이 있었다. 원가 압박에 따라 가격을 올리게 된 만큼,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될 경우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오리온 측은 당시 "2021년부터 유지류와 당류, 감자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압박이 가중돼 왔다"고 가격 인상 요인을 설명하면서 "원재료 가격과 생산 비용이 안정화할 경우 제품 가격을 내리거나 양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원재료값 많이 내렸다는데?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고 물류 이슈도 안정화하면서 주요 원재료 가격도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 농수산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6월 국제 밀가루(소맥) 평균 가격은 톤당 229.64달러로 지난해 6월 대비 38.2% 내렸다.
같은 기간 옥수수 가격도 20% 내린 톤당 238.64달러에 거래됐다. 대두유 가격도 1147.5달러로 1800달러를 넘었던 2022년보다 큰 폭으로 내렸다. 급등 전인 2020년보다는 높지만 고점은 지나갔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다만 이같은 원재료 가격 안정세가 오리온의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오리온은 가격 안정을 위해 주 원재료를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매입한다. 가격이 안정화됐더라도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생긴다.
그럼 언제?
오리온의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은 62.3%로, 2020년 57.3%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21년까지 50%대 원가율을 지켜 왔던 오리온은 2022년 1분기 60.7%로 50% 벽이 깨졌고 2분기 62.4%, 3분기 62.8%, 4분기 62.1% 등 62%대가 유지되고 있다.
오리온의 주력 제품인 생감자 과자에 사용하는 국내산 생감자 가격도 아직 높은 편이다.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해 생감자 원료 단가는 2021년 대비 30% 이상 높았다. 제과 시장의 또다른 핵심 원재료인 원당(설탕)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아직은' 가격 인하를 이야기하기 이른 시점이다.
가격 인상 이후 이익률이 눈에 띄게 개선된 농심이나 오뚜기, 삼양식품 등과 달리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1분기 14.9%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줄었다. 오리온이 평년에 17%대 영업이익률을 냈음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으로 살림이 크게 나아졌다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업계에서는 안정된 곡물가가 매입단가에 반영되고 다른 원재료 가격도 안정화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62%대로 치솟은 원가율이 어느 정도 내려온 후 대책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향후 원부자재 가격 및 에너지 비용이 하향 안정화될 경우 제품의 양을 늘리거나 제품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