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미국 주택 중위 값은 41만200달러로 조사됐다.
중위 값은 조사 대상을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값을 의미하고 평균 값과는 다른 의미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중간 정도의 집값이라고 보면 된다.
이 중위 값이 40만 달러를 넘은 적은 미국 역사상 딱 세 번이었다. 작년 5월(40만8400달러)과 6월(41만3800달러), 올해 6월이다. 다시 말해 올해 6월의 미국 집값은 역사상 둘째로 높은 집값을 기록한 것이고 역사상 최고점이었던 작년 6월 집값에 0.9% 차이로 근접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6월 41만3800달러에 달했던 미국 집값은 올해 1월 36만1200달러까지 떨어져 12.7%의 하락률을 보였지만 그후 5개월 동안 13.6% 상승해 전고점을 넘보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의 주택 시장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작년 연말을 바닥으로 점점 낙폭을 줄이다가 올해 6월 말 보합 수준(0.0% 상승)까지 다다랐다.
몇 주 정도의 시차는 있지만 한국 주택 시장이나 미국 주택 시장 모두 겨울에 바닥을 치고 봄 이후 시장 분위기가 완연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두 나라의 주택 시장 분위기가 비슷한 이유는 지난 1년간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던 미국발 금리 인상의 끝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 주택 시장과 미국 주택 시장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두 나라 주택 시장의 그래프가 비슷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미국 그래프는 미국 집값의 중간 가격 흐름이다. 실제로 1월 이후 6월까지 미국 집값이 13.6%나 올랐다.
하지만 한국 그래프는 매매가 상승률을 나타낸 표다. 다시 말해 올해 들어 하락 폭이 줄어들었다는 것이지 하락은 계속 진행됐다는 뜻이다. 하락이 멈춘 것은 6월 말이고 아직 본격적으로 집값이 올랐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야 하락 멈춘 한국 부동산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한국 주택 시장이나 미국 주택 시장 모두 하락의 원인을 미국 기준 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보고 있는데 5개월간 13.6%나 상승한 미국 주택 시장과 달리 한국 주택 시장은 이제 겨우 하락을 멈추는 수준으로 상반기를 끝냈을까.
더구나 올해 6월 말까지 미국 기준 금리는 0.25%에서 5.25%로 5.0%포인트나 인상되는 동안 한국 기준금리는 0.5%에서 3.5%로 3.0%포인트 인상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더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금리가 적게 오른 한국보다 금리가 많이 오른 미국 집값이 먼저 오르고 더 많이 올랐던 것이다.
결국 그동안 양국의 주택 시장을 눌러왔던 최대 악재라고 할 수 있는 미국 금리 인상은 금리 수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과민 반응이 더 많은 문제였던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일부 유튜버들이 “두 자릿수 금리 시대가 온다”고 주장하는 등 불안을 조성한 결과가 시장 상황에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같은 사안을 두고 한국 사람들이 더 비관론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양국의 주택 시장은 어찌될까. 한국은 부진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거리고 미국 주택 시장은 훨훨 날아갈까.
미국 주택 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이유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다. <표2>는 2011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미국 주택 가격을 중위 값 기준으로 정리한 표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도표를 보면 신기하게도 매년 같은 패턴으로 집값이 변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매년 6월에는 집값이 가장 비싸고 이듬해 1월 집값이 가장 싼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 주택 시장은 실수요자들에 의해 주도되는 시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수요자는 6월에 집을 사야 9월 초에 입학하는 새 학기에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가 2020년 시장인데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살포하자 그 여파로 7월에 떨어져야 할 집값이 계속 올라 11월에 가서야 하락을 시작했다.
그 이후 또다시 1월에 가장 싸고 6월에 가장 비싼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올해는 어떻게 될까. 7월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6월보다 하락한 패턴을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2020년과 같이 7월이 6월보다 집값이 더 오르는 둘째 예외적인 해가 될 것인지는 미국 시간 8월 22일 발표되는 7월 통계를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후자의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더 오를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동북부 지방이나 중부 지방은 이미 역사상 최고점을 돌파했다는 점,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은 7월에도 집값이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자녀 학교'에 따라 결정되는 미국 집값
그러면 한국 집값은 어찌 될까. 미국보다 금리가 적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낙폭을 보이고 아직도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해 왔다.
하지만 일부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은 반등에 성공했고 그런 현상을 보이는 지역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집값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인 투자 심리도 점점 살아나고 있다. 작년 11월 61까지 떨어졌던 한국은행의 주택가치전망지수는 올해 6월 100까지 회복됐다가 7월에 드디어 102로 반등에 성공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2008년 7월 이후 올해 7월까지 15년간 주택가치전망지수의 평균이 105.3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역사상 평균 정도의 투자 심리 수준에 거의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작년 11월 바닥 이후 여덟 달 연속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반기에는 인기 지역만 반등했지만 하반기에는 인기 지역 주변 지역을 필두로 점차 온기가 한국 주택 시장 전체로 서서히 퍼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