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는 인간과 유사한 외형을 지닌 로봇으로 잘 알려져 있다. 휴머노이드는 많은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기술적 난도로 인해 상용화 수준은 다른 로봇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꾸준한 개발 성과가 축적되면서 휴머노이드를 상용화하려는 시도가 점차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람 사는 공간에서 활동하는 로봇, 휴머노이드
세상은 인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집과 사무실 등 모든 공간은 인간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구조이고 각종 도구나 설비들도 인간이 다루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기존 공간에 들어와 작동할 수 있고 기존 도구와 설비를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은 아직 없다.
현재 상용화된 다양한 로봇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집·사무실·공장의 일부 또는 전체를 로봇에 맞춰 개조해야 한다. 심지어 도구나 설비도 로봇이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정해진 이동 경로를 따라가는 무인 운반차(AGV)를 도입하려면 바닥·벽·천장 등에 이동 동선을 표시하는 QR코드 등의 각종 기호물을 부착하거나 무선 비컨 등을 설치해 전용 이동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자율이동로봇(AMR)은 AGV와 달리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지만 계단을 오르내리지는 못하므로 층간 이동 작업에 투입하려면 완만한 전용 경사로를 만들거나 엘리베이터 운영 시스템을 로봇과 연계해야 한다. 제조업에서 대량 운용되는 산업용 로봇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로봇만이 작동하는 전용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로봇 분야에서는 사람의 공간을 뜯어고치지 않고도 투입할 수 있고 사람의 도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이 궁극적인 지향점 중 하나다.
휴머노이드는 사람 사는 공간에 가장 적합한 로봇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간 구성과 도구 설계의 기준이기도 한 사람의 신체 구조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휴머노이드가 개발되면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처럼 다리를 이용해 걷거나 뛰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으며 팔과 함께 사용해 사다리를 사용할 수 있다. 사람과 유사한 구조의 손으로는 크고 작은 물체,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물체, 다양한 형태의 물건들을 다룰 수 있다. 또한 사람의 눈·귀·입 역할을 하는 카메라·마이크·스피커로 시청각 정보를 입수하거나 사람과 소통하고 촉각 센서로 사람처럼 감촉을 인식할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는 개발하기 까다로운 로봇
휴머노이드는 기본적으로 사람처럼 걷거나 뛸 수 있는 보행 기능이 적용돼야 한다. 사람의 눈·귀·코의 역할을 하는 시각·청각·촉각 센서에서부터 사람 손처럼 손가락 관절 부위까지 작동하는 엔드 이펙터도 장착해야 한다.
또한 작업 환경을 추론하고 대응하는 동시에 작업 과정과 결과를 인식할 수 있는 데 필요한 시 시청각·음성 인공지능(AI)도 탑재해야 한다. 영화에 종종 등장하듯이 사람처럼 작동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가 만들어지려면 이 같은 다양한 기능들이 모두 인간 수준으로 고도화돼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휴머노이드의 완성도를 높이는 필요한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 수준은 제각각 다르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개발 기업들은 당장 완벽한 휴머노이드보다 특정 기능을 전문화한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의 보행 기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개발해 왔고 테슬라는 휴머노이드의 생산비 절감과 이동 성능 향상 등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휴머노이드의 상용화에 주력하는 기업들은 보다 단순한 작업 기능 향상에 초점을 맞춰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려고 시도하고 있다.
물류 작업용 휴머노이드가 개발되는 중
앱트로닉(Apptronik)은 로봇 활용에 적극적인 물류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물류 작업용 휴머노이드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앱트로닉이 개발 중인 아폴로(Apollo)는 키 172cm, 무게 73kg에 교체형 배터리로 약 4시간 정도 작동할 수 있고 가반 하중은 약 25kg 수준의 휴머노이드다.
앱트로닉은 아폴로의 전반적인 기능을 모두 높인 다음 출시하기보다 당장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정 기능을 집중 개발해 휴머노이드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는 동시에 고객 기반도 조기에 선점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앱트로닉이 곧 출시할 1세대 아폴로는 상자를 운반하는 단순 작업에 특화된 로봇이 될 것으로 보이고 아폴로의 로봇 손은 상자를 운반 과정에서 단순하게 지지하는 기능에만 충실한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앱트로닉은 향후 사람처럼 손가락과 손목을 이용해 다양한 물건을 다룰 수 있는 로봇 손을 장착한 아폴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보행 성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운동 지능용 AI와 이동 환경을 추론하고 반응하는 데 필수적인 시각 AI 강화도 차례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앱트로닉은 로봇 손의 성능 향상을 가속화하기 위해 이펙터 전문 기업과의 협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 탐사용 휴머노이드 개발도 가속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로봇을 우주 탐사 과정에서 수행해야 할 각종 위험한 일이나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사람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우주 탐사용 휴머노이드인 발키리(Valkyrie) 개발을 2013년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키 약 190cm, 무게 약 125kg의 휴머노이드인 발키리가 하게 될 업무는 우주 비행사들이 장시간 작업하기 힘들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달이나 화성 등에서 사람 대신 현장을 탐사하고 각종 탐사 장비와 우주 비행사들이 생활할 수 있는 전진 기지 등과 같은 각종 탐사 인프라의 구축, 유지·보수 등에 이른다.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발키리의 기능은 지구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날카롭고 단단한 암석 등이 즐비한 지형과 온도 변화가 섭시 영상 20도에서 섭씨 영하 140도까지 떨어지는 화성과 같은 극한 작업 여건은 지구상의 재난 현장과도 유사하므로 발키리는 우주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NASA는 발키리의 성능을 더욱 높이기 위해 호주 기업인 우드사이드에너지의 무인·해상 에너지 관리 시설에서 발키리의 양손을 원격 조종해 각종 작업을 수행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병행해 모의 달 환경에서의 실전 테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일련의 테스트를 거쳐 작업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면 발키리는 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