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우려가 높아졌다. 2022년 3월 시작된 Fed의 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는 둔화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Fed가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많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했다. Fed도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과정에서 경기가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려가 높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영향도 빠르게 회복되면서 올여름 미국의 경제 지표는 날씨만큼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IB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전망을 수정했다.
긴축 지속 강조한 Fed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아지는 점은 경제에 긍정적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Fed의 긴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Fed도 경기에 대한 자신감으로 강한 긴축을 시사하고 있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 5월 FOMC부터 Fed가 강조한 점이 통화 정책의 시차(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즉각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침) 그리고 기준금리 끝 부분에 도달했다고 언급한 점에서 Fed의 금리 결정은 금융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Fed가 여전히 추가 인상을 열어놓았다는 점과 내년부터 시작될 금리 인하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Fed는 1년에 총 8번의 FOMC를 개최(분기에 2차례)하는데 매 분기 말마다 점도표(dot plot)를 발표한다. 점도표는 투표권이 없는 Fed 위원까지 총 19명의 위원들이 생각하는 해당 연도 말의 기준금리 전망이다. 금융 시장은 점도표의 중간 값(19명 기준으로 열째 점)으로 Fed가 고려하는 해당 연도의 기준금리를 판단한다.
6월에 이어 9월 FOMC에서 새롭게 발표된 점도표에서 Fed는 올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물론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 8월 잭슨홀 심포지엄과 마찬가지로 추가 인상에 ‘조심’할 것이라는 내용을 기자 회견에서 10차례 언급(잭슨홀에서는3차례 언급)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여전히 추가 인상보다 Fed의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을 더 우세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Fed의 추가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점은 우려 요인이다.
금융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금리 인하 시기다. 9월 FOMC에서 Fed는 2024년 총 50bp(총 2차례)의 금리 인하를 전망하면서 지난 6월 전망했던 100bp(총 4차례)보다 금리 인하 전망이 대폭 낮아졌다. 시장이 Fed의 추가 인상보다 동결을 예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Fed가 생각하는 금리 인하 횟수는 2번이 아닌 1번에 그칠 수도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의 강한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Fed의 금리 인하 시작이 2024년이 아닌 2025년으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금리 인하 시기와 함께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시장은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 중립 금리(경제가 2% 내외로 안정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잠재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는 이론적인 금리)까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월 발표된 중립 금리의 중간 값은 2.5%이고 중립 금리가 2.5%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한 위원들은 총 7명으로 지난 6월과 동일하다.
하지만 중립 금리의 상단이 높아지는 등 2.5%를 웃돌 것이라고 언급한 위원들의 중립 금리 전망은 지난 6월보다 높아졌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정확한 중립 금리 추정이 어렵다고 말한 것과 달리 9월 FOMC 기자 회견에서 중립 금리가 상향 조정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는데 중립 금리가 2.5%를 웃돌 것이라고 언급한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립 금리가 높아졌다면 Fed의 금리 인하 폭과 속도는 시장의 생각보다 더딜 것이다. 이는 9월 FOMC에서 새롭게 발표된 2026년 전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Fed의 중간 값은 2.875%로 총 100bp의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반면 19명 중 6명의 위원들의 2026년 기준금리 전망은 2.875%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6년 금리 전망이 중간 값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예상한 위원들은 중립 금리가 2.5%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수 있다.
Fed 내부에서도 의견 차가 큰 것으로 확인되지만 미국의 중립 금리가 높아졌다면 금리 인하 시기는 더 지연되면서 Fed의 동결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그림.Fed의 금리 전망(점도표)
Fed의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
빠른 금리 인상에도 경기가 견고하다는 점에는 의심이 없다. 하지만 강한 경기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긴축할 것으로 예상한 Fed와 달리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의 부정적 영향이다. 미국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유예했다. 학자금 대출 상환에 대한 지출을 경감시켜 주면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다. 9월부터는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이자가 쌓이기 시작했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된다. 학자금 대출을 보유한 가계의 약 50%는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인다고 응답했고 약 40%는 추가적인 일을 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미국의 소비 둔화는 불가피하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는 가운데 상승한 유가도 부담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의 감산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미국 가계들의 에너지 지출에 대한 부담도 높아졌다. 미국의 초과 저축이 4분기 중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높아진 에너지 지출로 다른 지출의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파업과 셧다운 리스크도 우려된다. 지난 9월부터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3개 자동차 노동자들은 동시다발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88년 역사상 처음으로 노사 간 의견 차도 커 파업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고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10월부터 시작될 2024 회계연도를 앞두고 2024 회계연도의 예산안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의견 차가 크다. 공화당 지도부가 셧다운을 막기 위해 한 달짜리 임시 예산안(CR : Continuing Resolution)을 마련했지만 이는 오히려 협상 타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측면에서 셧다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셧다운이 나타난다면 연방 정부의 공무원들의 임금 지급이 중단되는 점에서 미국 경기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글로벌 IB는 UAW 파업과 셧다운이 진행될수록 매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0.05~0.1%포인트, 0.15~0.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4분기 둔화되는 경제 지표가 확인된다면 최근 높아진 Fed의 긴축 우려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