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기준금리 5.25~5.50% 동결
韓 가계대출·물가 불안 압박에
전문가 “30일 금통위 동결 전망 커져”
미국이 1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종전 수준(5.25∼5.50%)으로 유지하면서, 한국은행도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한국(3.5%)보다는 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난해 중반 이후 완만해졌다”며 “지난 여름 인플레이션 수치가 상당히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7%로 8월과 같았다. 그는 “기준금리를 한두 번 동결하면 다시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예전보다 매파적 발언 강도가 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두 차례 연속 금리 동결 등에 한은도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7번 연속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현재 금통위원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기는 갈수록 가라앉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쉽게 올릴 수도 없고,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유가 상승으로 다시 불안한 물가 등을 고려하면 내리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국내 물가 흐름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중동 사태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며 “최근과 같이 유가·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재개 시점도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내년 유가를 84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9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면 (물가 등) 예측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2일 이상형 부총재보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연 뒤 “이번 FOMC 회의에서 최근 장기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 여건 긴축이 고려 요인으로 제시되면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 기준금리 동결 전망을 밝히며 “인플레이션이 외부에서 오는 공급 충격 등이 커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미국도 기준금리 동결로 가는 상황”이라며 “한국도 경기가 불확실하거나 침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하게되면 달러 강세 등으로 우리나라 물가가 올라가서 한은이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일단 유가도 크게 변동성이 없는 상태이고, 그렇기 때문에 국내 물가도 안정될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황이나 성장 상황을 봤을 때는 올려야 하고, 이미 올렸어야 하는 게 맞다”며 “미국은 금리 인하 움직임이 당분간 없을 것으로 경제 상황이 좋아 물가를 잡는 쪽으로 목표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