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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2000억 노리는 롯데 빼빼로
매출 30~40%가 빼빼로데이 인근
글로벌 시장서도 '빼빼로데이' 마케팅

 

빼빼로의 시간이 왔다

얼굴이 익을 것 같던 더위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길가에 낙엽이 양탄자처럼 깔린 11월이 왔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바쁘게 보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과업계의 풍경은 조금 다릅니다. 연말이 한 해 농사 결과를 결정짓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제과업계의 최대 성수기는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4분기입니다. 실제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소매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과자·초콜릿류 매출은 1조1808억원으로 4개 분기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비수기인 2~3분기보다 분기 매출이 2000억원 이상 많습니다. 

 

그 중에도 가장 극적으로 매출이 오르는 과자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국내 제과업계 매출 1위 제품인 롯데웰푸드의 빼빼로입니다. 빼빼로는 빼빼로데이(11월 11일) 전후 한두 달 동안 연간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올리는 특이한 제품입니다.

롯데 빼빼로 매출 전망

 

흔히 제과 시장에서 '톱 브랜드'로 불리는 기준을 연매출 1000억원으로 잡습니다. 하지만 출산율 감소, 건강 트렌드 등의 영향 때문에 제과 시장이 위축된 최근 들어서는 연 1000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는 브랜드는 거의 없습니다. 지난해 1000억 매출을 달성한 제과 브랜드는 농심 새우깡과 빼빼로 둘 뿐입니다.

 

새우깡은 모든 분기에 고르게 3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상록수'같은 과자입니다. 계절 이슈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 빼빼로는 앞서 말씀드렸듯 연매출의 40% 이상이 4분기에 발생하죠. 지난해 빼빼로의 국내 매출이 1480억원에 달했음을 고려하면 '빼빼로데이' 시즌에만 600억원어치 이상의 빼빼로가 팔린다는 계산입니다. 

 

빼빼로데이 효과

빼빼로데이를 "롯데의 상술"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기원을 따져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1990년대 중반 부산·경남 지역 여중생·여고생 사이에서 '빼빼 마르자'라는 의미로 빼빼로를 선물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한 지역의 소소한 문화가 국가적 행사로 커지게 된 건 당시 롯데제과의 경남 지역 영업소장의 혜안 덕분입니다. 갑자기 빼빼로의 매출이 급증하자 영업소장이 이유를 파악한 뒤 본사에 '빼빼로 데이'를 건의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야말로 회사를 살린 '한 수'입니다.

 

도전도 받았습니다. 2013년 해태제과가 일본 글리코사와 손잡고 '원조 빼빼로' 포키를 출시하면서 내놓은 '스틱데이' 마케팅이 대표적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빼빼로를 넘는 데는 실패했죠. 2006년부터는 농림수산식품부가 11월 11일을 '가래떡 데이'로 지칭하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 역시 빼뺴로의 벽을 넘지는 못합니다.

베트남 호치민의 '반한몰'에 열린 빼빼로데이 팝업스토어

 

롯데웰푸드는 최근엔 '빼빼로데이' 수출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빼빼로는 현재 동남아, 미국, 중동 등 50여개국에 판매되고 있는 글로벌 과자입니다. 해외 매출만 해도 2021년 350억원, 지난해 48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엔 빼빼로의 공식 엠버서더인 뉴진스와 함께 필리핀, 홍콩, 대만, 카자흐스탄 포함 17개국으로 대상 국가를 대폭 확대해 빼빼로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 연매출 500억원을 돌파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저 기업의 상술이라고만 생각했던 빼빼로데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념일 하나로 자리잡는 날이 있을까요. 몹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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