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500여명 "이사회 안 물러나면 떠나겠다"
오픈AI의 직원 500명 이상이 샘 올트먼 전 CEO(최고경영자)를 해임시킨 이사회가 물러나고 올트먼을 복귀시키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겠다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오픈AI의 전체 직원은 770명으로, 3분의 2 정도가 사실상 공개적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이들은 일리야 수츠케버, 아담 디안젤로, 헬렌 토너, 타샤 맥컬리로 구성된 현 이사회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브렛 테일러, 윌 허드를 새로운 이사회 멤버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서한의 서명자 중 회사의 수석 과학자이자 이사회 멤버로, 올트먼 해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진 일리야 수츠케버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서한이 공개되기 직전 수츠케버는 소셜미디어 X에 "이사회의 행동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 오픈AI에 해를 가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나는 우리가 함께 만든 모든 것을 사랑하고 회사가 다시 뭉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번 사태는 오픈AI가 대다수의 직원을 잃고 공중분해된 후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에 흡수되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AI의 상용화와 안전성을 둘러싼 올트먼 CEO와 이사회 멤버 간 이견이 AI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던 기업을 한방에 무너뜨리는 파괴력을 보인 것이다. 이는 소수의 이사회 구성원에게 절대적 권한을 준 오픈AI의 특이한 거버넌스 구조와도 연관된다.
현재까지 오픈AI 사태에서 분명한 승자는 마이크로소프트, 패자는 오픈AI 이사회로 보인다. 올트먼 전 오픈AI CEO는 공동 창업자 그렉 브록만과 함께 오픈AI의 투자사이자 핵심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로 적을 옮긴다고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직접 공표했다.
나델라 MS CEO는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록만이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첨단 AI 연구팀을 이끌기 위해 MS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기쁘다. 그들의 성공에 필요한 자원을 최대한 빨리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오픈AI의 이사회는 트위치의 전 CEO인 에멧 시어를 임시 CEO로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오픈AI 직원들의 단체행동은 올트먼의 복귀가 무위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이뤄졌다. 이들은 올트먼 해고를 전후한 회사 내 소통 부족을 문제로 삼으면서 "오픈AI는 사람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글을 올려 올트먼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적을 옮긴 올트먼과 행보를 같이 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측이 새로 생기는 자회사에 모든 오픈AI 직원을 수용할 수 있음을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는 "이 사건은 인공지능 윤리와 규제, 즉 인공지능의 미래를 대하는 태도와 관점을 둘러싼 갈등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안전한 인공지능을 연구할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단체 오픈AI가 1년전 챗GPT 공개를 통해 영리사업을 본격화한 후 영리사업을 확장하려는 올트먼 CEO와 안전한 AI를 위한 비영리 연구에 다시 집중하려는 이사회가 부딪혔다는 것.
차상균 서울대 교수는 "순수연구와 비즈니스·프로덕트 사이의 긴장과 갈등은 어디에나 있지만 현 단계에서 샘 올트먼 없는 오픈AI는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오픈AI 이사회의 완전한 패배다. 인류를 위한 쿠데타를 했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다"고 했다.
아래는 오픈AI 직원들의 공개 서한 내용.
「오픈AI 이사회 여러분께.
오픈AI는 세계 최고의 AI 회사입니다. 오픈AI의 직원들은 최고의 모델을 개발하고 이 분야를 새로운 지평으로 끌어올렸습니다. AI 안전 및 거버넌스에 대한 우리의 노력은 글로벌 규범을 형성합니다. 우리가 만든 제품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하고 소중히 여기는 회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사회가 샘 올트먼을 해고하고 그렉 브록먼을 이사회에서 해임하는 과정에서 이 모든 상황이 위태로워졌고 우리의 미션과 회사가 훼손되었습니다. 이런 행동은 이사회가 오픈AI를 감독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갑작스런 결정을 알게 된 후 경영진은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했습니다. 그들은 이사회의 우려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모든 면에서 협력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사회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여러 차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어떠한 서면 증거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경영진은 이사회가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고 불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경영진은 가장 안정적인 길, 즉 우리의 사명, 회사, 이해관계자, 직원, 대중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은 이사회가 사임하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경영진은 상호 합의할 수 있는 결과를 찾기 위해 24시간 내내 이사회와 함께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결정이 내려진 지 이틀 만에 이사회는 회사의 최선의 이익에 반하여 임시 CEO인 미라 무라티를 다시 교체했습니다. 또한 경영진에게 회사가 망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사명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사회의 행동은 이사회가 오픈AI를 감독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명과 직원에 대한 능력, 판단력,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픈AI를 떠나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이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자회사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우리가 합류하기로 선택할 경우 모든 오픈AI 직원을 위한 자리가 있다고 보장했습니다. 현 이사회 멤버 전원이 사임하고 이사회가 브렛 테일러와 윌 허드 등 두 명의 새로운 수석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을 복직시키지 않는 한, 우리는 이 조치를 곧 취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