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월 CPI 기점으로 ‘금리 인하’ 기대 커져
월가선 “이르면 봄”VS”김칫국, 연말에나” 논쟁
한국은 “내년 하반기에 첫 인하” 대체적인 의견
“물가 둔화 더디고 미 Fed·총선 상황 지켜봐야”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기점으로, 시장에선 ‘금리 인상 종료’에서 나아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마저 불붙고 있다. 하지만 뉴욕 월가의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은 내년 봄부터 말까지 극단으로 갈리고 있다.
한편 한국에선 내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 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뤄 잡는 분위기다.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판단에 더해, 총선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미국보다 인하를 선제적으로 단행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가 작용했다. 대부분 내년 하반기 중으로 예상하고 있다.
2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지난달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3.3%)보다 낮았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근원 CPI(에너지·식료품 제외) 상승률도 4%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시장에선 즉각 금리 인상 중단 기대감이 강하게 표출됐다. 금리 트레이더들의 예측치를 바탕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결정 확률을 보여주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오는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현 연 5.25~5.5% 수준으로 동결될 확률이 99.89%로 나타났다.
나아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페드워치는 미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머지않은 날을 전망했다. 내년 3월까지 금리가 동결된 뒤 5·6월부터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내년 봄부터 겨울까지”… 연준 피벗 시기 전망 양극화
시장의 반응처럼 일부 투자은행은 미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 시기를 매우 앞당겨 전망하고 있다. 가장 빠른 시기를 점친 것은 UBS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봤다. 내년 2분기 경기 침체에 빠지기 전에 금리 인하를 선제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모건스탠리는 이보다 다소 늦은 내년 6월부터로 전망했다. 이후 9월에 추가 인하를 한 뒤 4분기엔 모든 FOMC 회의 때마다 낮출 것으로 봤다. 미국의 성장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골드만삭스는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첫 금리 인하 시기는 내년 4분기 중으로 내다봤다. 속도도 매우 더디게 예측했는데, 2026년 중반까지 1.75%포인트(p) 인하해 연 3.5~3.75% 수준을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연준의 전·현직 관계자들도 시장의 섣부른 완화 전망을 경계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통화 완화 정책은 현재 논의되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금리 인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금리를 제한적 수준으로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금리가 더 올라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美 연준·총선”… 한은 금리 인하 ‘내년 하반기’ 우세
미국의 피벗(pivot·긴축에서 완화로 통화 정책 전환) 논쟁이 가속하는 가운데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도 시선이 쏠린다. 지금까지 나온 증권가·은행의 반응을 보면 ‘내년 상반기는 확실히 이르면 하반기 중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물가 둔화 속도, 미 연준의 인하 시기, 총선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메리츠증권과 신영증권은 각각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일정 수준의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한데, 현 글로벌 경기 연착륙과 인플레이션 전망 경로 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실현되기는 어렵다”며 “미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 가능 시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씨티그룹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당초 전망한 내년 8월에서 10월로 연기한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그 이유로 내년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꼽았다.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도 한 이유로 언급했다. 내년 4월 24일 총선을 앞두고 예측하지 못한 경제 정책이 시행될 경우 한은의 긴축 기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진욱 씨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 상반기에 나타난 것처럼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하락은 한은의 긴축 정책 전달 경로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윤석열 정부의 여러 경제정책이 단기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경제정책은 왜곡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