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7조·SK 5.3조 장비 투입
D램 생산량 늘려 감산 이전으로
폰·서버 수요 회복…‘업턴’ 대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경기상승(업턴) 대비에 나선다. 양사 모두 내년 반도체 투자와 생산을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혹독한 겨울을 보낸 반도체 경기가 내년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18일 반도체 업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반도체 장비 투자를 올해보다 최소 20% 이상 늘릴 계획이다. 건물·전력·수도 등 인프라를 제외한 반도체 장비 투자 기준(WFE) 삼성전자는 약 27조원을, SK하이닉스는 약 5조3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는 각각 올해보다 25%, 100%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SK하이닉스는 2022년 수준 회복을 선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해 반도체 출하도 늘린다. 삼성전자의 경우 D램과 낸드 생산량을 올해 대비 각각 24% 전후로 확대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월 투입 웨이퍼 기준 D램은 16~15나노급(D1z) 25만장, 14나노급(D1a) 18만장, 13~12나노급(D1b) 23만장 등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최선단 D램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D램은 감산 이전, 즉 작년 말 이전 수준까지 늘릴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부터 감산을 본격화했다. 공장 가동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감산폭이 컸다. 양사의 새해 D램 생산량은 감산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며, 낸드는 감산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 낸드 시장은 회복이 더딘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장비 투자와 생산을 늘리는 건 업황 개선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올해 바닥을 지났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모건스탠리는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 것'이라면서 2024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보다 3.9%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AI는 고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해 고부가 제품 수요를 확대하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내년에도 강세를 보이고, 메모리의 가장 큰 수요처인 서버 시장도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AI 서버를 중심으로 내년 서버 시장은 매출 기준 10.8%, 출하량 기준으로는 6.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핵심 수요 시장인 서버와 스마트폰 회복이 전망되는 만큼 투자와 생산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복수의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지연되더라도 내년 하반기에는 정상 수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턴을 대비해 투자를 늘리고 내년 생산량을 최소한 감산 이전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의 경우 DDR5와 HBM 중심으로 장비 투자를 준비한다. 삼성전자는 동시에 3나노(㎚)와 2나노와 같은 초미세공정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