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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250억일 때 첫 투자… 360배 뛰어
“주당 3만원에 사면 12조 상장 시 배 이상 수익” 기관 열기 뜨거워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기업공개(IPO) 준비 절차를 밟아나가는 가운데, 초기 투자자 우리벤처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구주 1200억원어치가 시장에 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은 주당 3만원으로,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 중인 5만원보다 40%가량 할인된 수준이다.

 

토스 상장 시 공모주를 매수해 수익을 남기려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대규모 ‘바겐 세일’이 열린 셈이다. 실제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은 한정된 물량을 놓고 물밑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부터 토스 구주 매각을 추진 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요가 많지 않아 2만원대의 가격을 제시한 곳도 있었지만, 최근 토스의 상장 준비 작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한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토스에 초기 투자한 국내 기관 가운데 지금까지 주식을 보유 중인 유일한 곳이다. 2015년 시리즈A 단계에서 미국계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와 함께 5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듬해 260억원 규모 시리즈B에도, 2018년 900억원 규모 시리즈D에도 참여했다. 토스 기업가치는 시리즈A 당시 포스트(투자 후) 기준으로 250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장외시장에서 9조원에 육박한다. 9년 만에 360배 성장한 셈이다. 국내 벤처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보유 중인 토스 주식을 지금까지 거의 팔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을 목전에 둔 상황에 이제 와서 매각하려는 이유는 펀드가 청산을 앞두고 있어서다. 토스에 투자한 ‘KTB 해외진출 플랫폼’ 펀드와 ‘KTBN 7호 벤처투자조합’ 펀드가 모두 올 상반기 중 청산될 예정이다. 두 펀드 모두 이미 2년씩 만기를 연장해서 더 이상 미루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펀드는 만기가 임박했는데 토스 상장은 내후년에나 가능하니,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지분을 팔아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 뒤에는 일부 펀드 출자자(LP)들의 압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호 펀드에는 ‘큰손’ 국민연금이, 해외진출 플랫폼 펀드에는 KDB산업은행이 출자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시장에 내놓은 토스 지분은 약 1200억원어치다. 주당 가격은 3만원으로, 장외가 5만원보다 현저히 낮다. 물량이 워낙 많아 어쩔 수 없이 대폭 할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벤처파트너스 입장에선 기대 수익 800억원을 포기하고 파는 셈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VC 관계자는 “토스가 기업가치 12조원에 상장할 계획이라는 얘기가 들린다”며 “주당 3만원이면 기업가치가 5조원대에 불과해, 향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VC 등 기관뿐 아니라 외국계 큰손들도 대거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이번에 토스 구주를 대량으로 사 가는 기관들은 나중에 상장 승인을 받으려면 6개월이나 1년의 자발적 보호예수를 걸어야 할 텐데, 그 보호예수 기간 동안 설령 주가가 떨어진다 해도 손해는 안 볼 것이라는 계산이 있다”고 전했다.

 

비록 매각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구주를 사려는 기관 경쟁이 치열할수록 토스에는 호재다. 토스는 상장 기업가치 8조원에 프리(pre) IPO 투자 유치를 차례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주 매각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 향후 프리 IPO 단계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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