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가수 성시경 씨가 본인 이름을 건 막걸리에 이어 증류식 소주를 선보인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성시경 씨는 상반기 중에 ‘경소주’라는 증류식 소주를 내놓는다. 현재 심형석 한국주류종합연구소 소장에게 자문을 받아 증류 설비를 담금질하고 제품 콘셉트를 가다듬는 단계다.
양조는 농업회사법인 제이1이 맡는다. 제이1은 지난해 8월 문을 연 신생 농업회사법인이다.
이 회사 황재원 대표는 상품 기획 전문가다. 그동안 주류를 포함해 다양한 상품을 기획한 경험이 있다. 네스트호텔 구매팀에서 시작해, 컬리 상품기획자(MD), 네이버 사업개발5실 매니저를 거쳤다. 가장 최근에는 수제 맥주 제조사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서 신사업팀 팀장을 지냈다.
최근 제이1은 콜드체인 물류 서비스 팀프레시로부터 3억원 규모 투자유치를 받았다. 성시경 씨를 앞세워 만든 막걸리 ‘경막걸리’와 이번 경소주 모두 투자 이후 추진한 사업이다.
주류 전문가들은 침체한 주류업계에 유명 연예인이 나선 주류가 새 자극을 주길 기대하고 있다.
2022년 가수 박재범 씨가 선보였던 원소주는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판매 400만 병을 달성했다. 편의점 채널은 물론이고,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협력 모델까지 선보였다.
이후 임창정, 김민종, 윤미래 등 연예인들이 본인 이름을 건 증류식 소주를 편의점과 협력해 앞다퉈 선보였다.
그러나 비슷한 콘셉트에 대중들 관심은 금세 사라졌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하이볼 같은 RTD(ready to drink·즉석음용음료)와 일부 위스키를 제외하면 주류 시장도 식었다.
사그라지는 듯했던 증류식 소주에 대한 관심은 최근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국산 효모와 누룩 국(麴)을 사용한 증류식 소주 여울을 출시했다. 이전 증류식 소주 ‘대장부’를 단종한 지 3년 만이다. 이 제품은 하이트진로 일품진로, 광주요 ‘화요’와 경쟁한다.
소규모 양조장들도 개성 강하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스마트브루어리 ‘마한 오크’, 안동진맥소주 ‘시인의 바위’, 화심주조 ‘군쌀·군고구마’가 대표적이다.
국세청 주세신고현황에 따르면 2020년 200킬로리터(㎘) 수준이었던 국내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2021년 이보다 28.3% 늘어난 2567㎘로 집계됐다. 2022년에는 전년보다 97.5% 급증해 5070㎘를 기록했다. 아직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지난해에는 이보다 출고량이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세계 최대 주류 시장 미국에서는 맥주와 보드카 등 대중 주류 시장뿐 아니라 데킬라, 하드셀처(Hard Seltzer·도수가 낮은 탄산 주류) 같은 틈새시장에서도 연예인이 미치는 파급력을 일찍부터 인정하고 잘 활용했다”며 “그 결과 데킬라와 하드셀처는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성장하면서 주류 시장으로 올라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