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12일(현지시간)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7049달러(약 928만원)로 올랐다.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0.3% 비싸고, 연초 대비 64.9% 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코코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음료부터 케이크, 과자 등 다양한 식품에 빠질 수 없는 초콜릿 등 코코아 가공품의 가격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코코아의 주산지인 서아프리카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탓이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각) 세계 코코아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코코아 가공 공장들이 카카오 열매를 구하지 못해 가동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가공 공장들은 카카오 열매를 코코아 가루나 액상, 버터 형태 등으로 가공해 전세계 식품 업계에 공급한다.
코트디부아르의 국영 코코아 가공 회사인 트란스카오는 카카오 열매 가격 급등에 따라 최근 열매 구입을 중단했다. 이 회사는 당분간 이미 확보한 재고를 이용해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회사 공장 시설의 대부분이 현재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곡물 기업 카길이 현지에서 운영하는 공장도 지난달에 2주 동안 멈춘 바 있다. 한 소식통은 이 나라의 다른 주요 가공 공장들도 조만간 가동을 중단할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말했다. 이 나라의 지난 2022~23년 카카오 열매 생산량은 218만t으로 세계 전체 생산량의 44%에 달했다.
세계 카카오 열매 생산량의 14%를 차지했던 이웃나라 가나에서도 코코아 가공 공장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영 ‘코코아 가공 회사’(CPC) 등 주요 가공 공장들은 카카오 열매 추수기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원료 부족으로 가동 중단을 반복해왔다. ‘코코아 가공’은 현재 생산 시설의 20% 정도만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 차질은 강수량 증가와 이에 따른 코코아 나무 질병 확산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네덜란드계 투자은행 아이엔지(ING)의 상품 전략 책임자 워런 패터슨은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이 지역에서 지난해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려 생산 차질을 빚은 데다가 강우량 증가 여파로 ‘검은 꼬투리 병’도 늘었다”며 “강우량 증가가 원료 수송 어려움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재룟값 상승에 따라 초콜릿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제과업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코코아 원료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가장 문제가 되는 가나 등 서아프리카산 외에 중남미 등 다른 산지 물량을 확보하려는데, 그곳 가격도 많이 올라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업계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이날 식품업계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의에 "추가로 코코아 생두에 대해서도 할당관세를 (재정당국에) 긴급하게 요청하겠다"며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