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구글 등 反엔비디아 세력 대응 과제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3월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4’ 미디어 간담회에서 “삼성의 HBM을 테스트하고 있고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말 한마디에 삼성전자 주식이 5% 이상 반등했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젠슨 황의 트레이드 마크는 검은색 가죽 점퍼다. 최근 엔비디아의 GTC 무대에 오른손을 번쩍 올리며 여유 있는 표정으로 나타난 젠슨 황은 1200만원 상당의 검은색 가죽 점퍼를 입고 “여기는 콘서트장이 아니라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예요”라는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젠슨 황의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소 20년 동안 가죽 점퍼를 입었다”고 말한 바 있다. AI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젠슨 황은 2021년 ‘올해의 남성’ 중 한 명으로 타임지 표지에 등장했을 때도 블랙 가죽 점퍼 패션을 선보였다.
“가죽 점퍼를 입은 남자(the guy in the leather jacket)”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그의 패션을 분석한 뉴욕타임스는 “항상 똑같아 보이는 젠슨 황의 패션은 세상을 바꾸는 성공 기업의 간판 이미지로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보수적인 기업 총수보다는 개방적인 리더의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젠슨 황의 이미지 브랜딩을 ABC 차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A(Appearance)
‘트레이드마크’ 블랙 가죽 재킷을 입는 이유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일관된 자신만의 시그니처 패션 스타일로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점이다. 블랙 터틀넥의 스티브 잡스, 그레이 티셔츠의 마크 저커버그처럼 ‘블랙 가죽점퍼’ 하면 젠슨 황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입을 옷을 고르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를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쏟고 싶다며 동일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유를 밝힌 바 있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고 분석된다. CEO의 일관된 스타일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들의 단순하고 현대적인 이미지는 고객에게 회사의 가치 및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전달하면서 강력한 이미지브랜딩을 구축하면서 인지도를 강화시켰다.비즈니스인사이더의 분석에 따르면 젠슨 황은 2017년 이후 최소 총 6가지 스타일의 가죽 재킷을 선보여 왔다. 대표적인 스타일로는 오버 사이즈 컬러, 포켓이 달린 모던한 스타일, 모터사이클 스타일 등이지만 공통 색상은 블랙이다.
일각에서는 가죽 점퍼는 창의적이고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입을 수 있는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는 신호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엔비디아 주가가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었을 당시 왼쪽 팔뚝에 새긴 회사 로고 문신을 보면 그의 열정이 전해진다.
2021년을 기준으로 백발이 돼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는 외적 이미지를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느낌을 주는 검정 가죽 재킷으로 보완하면서 경륜 있고 창의적인 CEO 이미지 브랜딩을 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B(Behavior)
AI계의 스티브 잡스로 평가받는 카리스마
젠슨 황은 최근 GTC 키노트 연설에서 깜짝 등장한 로봇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하지 않는 카리스마와 자신감 있는 태도로 현장의 글로벌 미디어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키노트를 2시간짜리 ‘원맨쇼’로 이끌어 간 그의 매력이 커서 작은 오류는 가려졌다”고 하는 기사부터 그를 AI 계의 스티브 잡스로 평가하는 외신도 적지 않다. 젠슨 황은 기업 성장을 위한 큰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영 스타일로 때로는 회사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엔비디아의 비전을 구축하고 이를 이끌어 나가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GPU 기술이 어떻게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예측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다양한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데 그의 비즈니스 태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C(Communication)
격의 없는 소통 vs AI 기술 과신하는 비즈니스맨
젠슨 황은 지난해 대만 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도 가죽 점퍼를 입고 등장해 기조연설을 했다. 당시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가며 ‘가죽 점퍼를 입고 어떻게 더위를 견딜 수 있냐’는 질문이 나왔고 그는 “나는 항상 쿨해요”라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글로벌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도 “무대 위에서는 여러분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대화가 되겠어요?”라면서 기자들 사이로 뛰어 내려가는 등 격의 없는 소통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부작용과 관련한 공격적인 질문에도 “오펜하이머는 폭탄을 떨어뜨렸지만 나는 아니다. 생성 AI로 인해 사람이 어려운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자연어로 명령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고 답변했다.
그는 일부 전문가들에게 AI 기술을 너무 확신적으로 묘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예로,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모든 걸 AI가 대신해 줄 테니 코딩 배울 시간에 다른 전문 지식을 익히는 게 낫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과학자적 입장이 아닌 철저한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나왔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례 콘퍼런스에서도 특유의 화법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인간 수준의 인공일반지능(AGI)이 5년 내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명확한 청각적인 이미지 덕분에 내용에 대한 몰입력이 높아졌다고 분석된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 존폐 자체를 위협했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지적 정직함(Intellectual honesty)’과 소통 그리고 희생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GPU를 내놓은 후 성능을 인정받았으나 비싼 가격에 호환성이 좋지 못해서 자금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1997년에는 3D 처리가 가능한 GPU를 내놓으면서 터닝포인트를 맞는 듯했지만 당시 그는 연봉을 1달러로 줄이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 파산 위기를 돌파했다. 젠슨 황은 검정 가죽 점퍼와 열정적인 태도 그리고 격의 없는 소통 스타일을 통해 엔비디아의 비전과 가치를 반영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리더인 그의 이미지는 회사의 혁신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가치와 비전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의 패션과 태도, 말투를 통해 열정, 비전, 기술적인 이해력은 회사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고객, 투자자, 파트너 등에게 이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의 성공은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와 함수관계다.
젠슨 황의 이미지 브랜딩은 그가 신뢰감을 주는 리더임을 설명하고 고객, 직원들과의 감정적 연결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회사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는 데 도움이 돼 결국 회사의 성공과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인지하고 있었다고 분석된다.
하지만 인텔, 구글 등 반(反)엔비디아 세력들과 글로벌 경제 변화 대응에 대한 치열한 경쟁과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혁명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젠슨 황이 앞으로 어떻게 이미지 브랜딩에 변화를 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