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끝까지 해결해본 경험’을 ‘전문성’이라고 부른다.
여러분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동안, 자동차로 이동하는 동안 갖가지 문제를 맞닥뜨린다. 목적지가 방금 갑자기 바뀌었는데 가는 길을 잘 모르거나, 급하게 주유·충전을 해야 하거나, 예상치 못한 교통 상황 때문에 다른 옵션이 필요하거나, 내 스마트폰과 차를 갑자기 연결해야 하거나, 내가 잘 모르는 차 기능에 문제가 생겼거나, 차 온도는 높이되 건조하지는 않게 하고 싶다거나 말이다. 온갖 판단과 급한 결정이 여러분을 기다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전문가가 이제 차 안에 들어왔다. 챗GPT다.
자동차 안으로 들어간 챗GPT
고도로 정교해진 챗GPT는 미국 로스쿨 시험에도 합격했다. 2023년에 이미 말이다. 처음에는 IT 분야 위주로 적용되었던 챗GPT가 이제는 법률, 금융,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도 거침없이 도전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에 챗GPT 기반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활발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GM과 협력해 운전자들이 쓸 수 있는 챗GPT 가상 비서를 개발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타이어가 고장 났는데 지금 당장 교체하는 제일 빠른 방법이 뭐지?” “아침 8시에는 A 길이 나은지, B 길이 나은지 궁금해.” “이 고장은 지금 바로 해결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급하지는 않은 거야?”라고 가상 비서에게 바로 물어보고 바로 답을 받는다.
폭스바겐은 2024년 2분기부터 생산되는 특정 모델에 챗GPT를 제공하겠다고 CES 2024에서 발표했다. 폭스바겐의 인포테인먼트 업데이트를 통해 자체 음성 비서 기능인 ‘IDA’에 챗GPT를 통합할 예정이다. 이 차를 가진 사람들은 “헬로 IDA”라고 말하거나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눌러 챗GPT 음성 비서를 부를 수 있다. 차 안의 운전자나 탑승자는 이 비서를 통해 차의 기능을 쉽게 조정할 수 있고 나에게 제일 잘 맞는 옵션을 상담받을 수도 있다. 사람처럼 ‘대화’가 되니까 말이다.글로벌 자동차그룹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 푸조도 자사 차량에 챗GPT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2024년 초 발표했다. 푸조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아이콕핏(i-Cockpit)’에 챗GPT를 내장하고 ‘오케이 푸조’ 음성 비서 기능과 연결한다. 운전자의 다양한 질문과 까다로운 요청에도 바로 응답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과 연계해 퀴즈를 내며 운전자나 탑승자와 대화할 수도 있는 수준이니 게임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는 옆 자리 동승자 역할도 될 것이다.
챗GPT의 어떤 매력 때문에?
챗GPT에 어떤 특징, 어떤 장점이 있길래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투어 자동차에서 챗GPT를 활용하려는 것일까.
첫 번째, 챗GPT는 코딩이나 명령어 없이 자연어로 인간과 소통한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인간이 쓰는 자연어로 음성이나 텍스트 입력만 있으면 된다. 챗GPT는 단답식의 단어, 숫자만 말해주고 끝이 아니다. 앞뒤 맥락에 따라 인간과 소통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분석하고, 스스로 비교하여 결론을 내준다. ‘알아서 다해줄 수 있는’ 비서다.
운전을 해야 해서 전방 주시를 해야 하고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운전자나 차 안에서 회의를 하는 탑승자는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이럴 때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똑같이 자연스럽게 챗GPT와 대화하면서 차의 각종 기능을 쓸 수 있다면 정말 편하다.
차 안 기기를 직접 조작하는 데 미숙한 사용자나 신체적 제한으로 인해 직접 조작이 어려운 사용자들에게도 챗GPT 같은 대화형 비서는 큰 도움이 된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챗GPT 기능은 앞으로 가장 수요가 증가하지 않을까.
두 번째, 딥러닝 때문이다.
챗GPT는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언어를 생성하고 추론할 능력을 지녔다. 스스로 배우고 계속 발전한다는 뜻이다. 처음에 개발된 스펙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래서 챗GTP는 인간과 소통을 하면 할수록, 다양한 업계에 적용되면 될수록, 다양한 기기에 활용되면 될수록 계속 더 진화하고 똑똑해진다.
지난달에 자동차 이용자에게 제시했던 차 안 VR 상품 결제시스템이 만족도가 낮았다고 해보자. 챗GPT는 이번 달에는 VR 상품을 다른 것을 제시한다든지 결제 방식을 다른 옵션으로 찾아준다든지 해서 고객의 취향에 한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일종의 임상시험, 베타 테스트를 챗GPT 스스로 해보면서 더 나은, 더 맞는 답을 찾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리적으로 양질의 빅데이터도 더 많이 쌓일 테니 챗GPT 인공지능 비서들은 자동차 이용자들의 니즈를 점점 더 만족시킨다.
세 번째, 미래 광고 시장 때문이다. 자동차와 광고 시장이 무슨 상관이냐고?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는 시점, 그리고 공유차가 일반화되는 시점이면 자동차는 움직이는 금융상품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나 공유 차는 그 자체로 움직이는 광고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 안의 사람에게도, 차 밖의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내 ‘소유’가 아닌 차는 디자인이 단순한 박스 형태가 될 것이고 이 편편한 외부는 각종 상업 광고물이 오기 딱 좋다. 움직이는 광고판들이 도로에 쏟아질 것이다.
게다가 이 광고판은 그냥 광고판이 아니다. 누가 탔느냐, 어느 도로를 지나고 있느냐, 지금이 몇 시인가, 지역이 어디인가에 따라 계속 달라지는 광고판이다. 광고 수입도, 광고 효과도 당연히 오를 것이다. 특정 유료 광고를 특정 시간 동안 의무 시청하면 사례를 지급하는 광고 상품 모델도 가능하다.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의 종류와 숫자에 따라 광고를 바꾸는 거대 광고탑도 이미 개발되고 있다. 자동차는 GPS와 연계하여 장소에 맞게끔 차량 내부에서 광고 내용을 바꿀 수 있다. 어떻게? 이용자의 기호가 즉각 스마트폰을 통하여 자동차에 전달될 수 있다. 다른 방법도 있다. 이용자의 취향이 차 안의 챗GPT 비서를 통해 직접 자동차에 전달될 수도 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지금 이 차가 있는 위치, 시간과 이 차 이용자의 취향을 조합하여 최고의 적중률을 보이는 광고를 선보일 수 있다.
동해안을 토요일 낮 1시에 달리고 있는 가족의 차라면 멋진 리조트 광고나 수영복 광고가 좋겠다. 테헤란로를 화요일 저녁 6시에 달리고 있는 회사 동료들의 차라면 회식하기 좋은 샤부샤부 음식점 광고나 신형 노트북 광고가 맞지 않겠는가. 이런 판단은 챗GPT가 전문이다.
자동차 개발을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증, 조건, 환경, 특허가 계속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가 멈추어 있지 않고 계속 진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들이 계속 등장하면 할수록 챗GPT는 계속 그 새로운 것들에 발맞출 수 있도록 더 나은 답과 더 나은 기능 구현을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시도하면 할수록 더 똑똑해져서 결국엔 성공할 것이다. 챗GPT를 잘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챗GPT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 실패한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도전해보지도 않은 게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