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 확대에 레버리지 ETF에 몰려
“시장 급등락에 따른 잦은 매매 손실 위험 커”
최근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동학개미’(국내 증시에 투자한 개인)들이 곱버스(2배 인버스)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에도 국내 증시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16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2344억원 순매수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2배가량 이익을 거둘 수 있기에 곱버스로 불린다. 하지만 해당 기간 코스피200 지수는 6.18% 오름세를 보였다. 지수가 오르는 사이 오히려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 베팅하는 ‘청개구리 투자’ 흐름을 보인 셈이다.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지수 하락을 전망할 때 투자하는 인버스 거래가 늘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중동발 리스크 등 연이은 글로벌 악재로 증시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총선 이후 일명 ‘큰손’ 개미들을 중심으로 ‘셀(Sell) 코리아’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장한 정부와 달리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야당이 금투세 도입을 주장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됐다.
단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나왔던 5월 16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642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날 개인들은 KODEX 레버리지를 113억원 순매도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연내 금리 인하 관측에 따라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앞서 5월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한 영향으로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3대 지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에 9월 금리 인하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결과를 보이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다”며 “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시총 상위주에 대한 리스크온(Risk-on·위험자산 베팅) 분위기를 키울 전망”이라고 했다.
즉, 당분간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변동성이 커진 인버스나 곱버스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지수가 1% 하락할 때 수익률이 1% 상승한다. 곱버스는 인버스와 곱하기를 합성한 신조어다. 곱버스는 지수 하락을 두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인덱스 레버리지형 ETF로, 주가가 오르면 손실도 두 배로 치솟는다.
전문가들은 시장 전체의 방향성에 확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곱버스와 같은 레버리지 상품은 장기 투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단기 투자라 할지라도 지수 등락에 따라 무작정 해당 상품에 베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ETF 운용업계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개인은 레버리지·곱버스 ETF로 몰리고 있다”며 “시장 하락 시 레버리지 투자, 시장 상승 시 인버스 투자를 하는 단순한 단기적 트레이딩에 집중하고 있는데, 단기적 시각과 잦은 매매는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