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누적 설치량 절반이 중국
2위인 영국과 2배 이상
격차한국 시장 공략 본격화
옌타이시에 전초기지까지 마련
중국은 이미 세계 해상 풍력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2021년 전 세계 누적 설치량 57기가와트(GW) 가운데 절반가량인 27.6기가와트가 중국에 설치됐다. 2위인 영국(12.5기가와트)과 2배 이상 격차를 벌린 상태다. 탈원전을 추진하는 독일의 해상풍력 규모는 7.7기가와트로 3위였다.
올해 글로벌 풍력 신규 설치 규모는 전년 대비 18% 늘어난 6.8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전년보다 46.9% 증가한 10.5기가와트가 새로 설치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 해상 풍력 시장은 전체 풍력 시장의 6% 수준이나 향후 10년간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해상 풍력 경쟁력은 내수에서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내수 확대 전략계획 요강'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책의 핵심은 풍력 발전설비 확대다. 지난해 1분기에만 중국 전역에 설치된 풍력 발전설비 규모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1% 늘었다.
해상 풍력발전 내수 확대는 중국이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이 되고 있다. 중국은 국내 해상 풍력 발전 설비에 들어가는 기자재 보급을 늘리는 등 직간접적으로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기업들을 활용해 한국에 총 9개 프로젝트를 추진, 3기가와트의 해상 풍력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 시장 공략의 전초 기지는 중국 산둥성 옌타이다. 이곳엔 해상 풍력 배후항만이 있는데, 해양 산업 관련 3개의 상장 기업과 59개의 전문 중소기업을 비롯해 총 100개 이상의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대표적으로 ▲다진중공 ▲쥐타오중공 ▲동방전기 ▲상하이전기 ▲다진중공 블레이드 ▲YCRO ▲붕래중배징루조선 등 풍력 관련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해상 풍력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전남과 직선으로 불과 5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다. 가격경쟁력 또한 우수해 자국 프로젝트가 끝난 중국 해상 풍력 기업들의 한국 진출은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해상 풍력의 가장 큰 강점은 공급망이 완성돼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풍력 시장 공급망의 60%도 중국 차지다. 풍력단지 구성의 핵심인 터빈 시장에서는 상위 10개 기업 중 6개가 중국 기업이다.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는 지난해 펴낸 글로벌 해상풍력보고서를 통해 북미지역은 2025년, EU는 2026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은 2027년, 남미지역은 2030년부터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어 해상 풍력 공급부족 현상이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중국 해상풍력발전에 대해선 "이 기간에 쇼티지(공급부족) 없이 안정적으로 기자재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망 안정은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과 낮은 브랜드 위상으로 인해 해외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중국 업체들이 한국의 브랜드파워를 활용하기 위해 움직임을 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다진중공, 쥐타오중공, 동방전기 등 하부구조물과 타워에 강점이 있는 중국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전문 업체들과 후판 등 철강 기업들의 타격이 우려된다"며 "최근 자국 철강 수요 하락으로 해외 시장에 저가 공세를 벌이고 있는 중국의 철강업 현황을 고려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