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우려가 되살아나며 증시가 주저 앉았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라 투자자들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외려 증시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단 지적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86.43포인트(3.15%) 내린 2580.80에 마감했다. 16거래일 만에 2600선이 깨졌다.
전날(현지시간) 미 증시 폭락 영향으로 분석된다. 간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577.33포인트(3.26%) 내린 1만7136.30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지난달 5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된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2로 예상치 47.5를 하회하면서다. 제조업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여기에 '9월 약세장'에 대한 경계감도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 투매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이처럼 증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자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금투세 시행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1년 만에 성사된 여야 대표 회담에 금투세가 안건으로 올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나면서다.
정부와 여당은 증시 폭락으로 성난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를 등에 업고 야당을 향해 금투세 폐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투세가 예정대로 도입되면 주식시장에 '퍼펙트스톰'을 불러올 수 있다며 폐지론을 주장한다.
금투세를 내야 할 투자자는 전체 주식 투자자의 1%(1440만명 중 15만명)에 불과하지만 큰손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면 증시 하락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추가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1400만 투자자 감세'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간 금투세 폐지를 '부자감세'라고 반대해 온 야당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는 감지된다. 다만 금투세 시행 추가 유예 가능성까지 내비쳤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장이 '금투세 완화 시행'으로 선회한 게 변수다. 금투세를 완화하되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민주당은 금투세 완화 패키지 법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인 임광현 의원은 △금투세 기본공제금액 5000만원→1억원 상향 △손실 이월 공제기간 5년→10년 확대 △부양가족의 금융투자소득 발생시에도 연말정산 공제대상 포함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특히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해 직접 투자한 해외 주식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을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SNS(소셜서비스)에 "금투세 폐지를 바라는 국민들은 해외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거을 막아 국내 주식시장을 살리자는 것인데 민주당 정책은 정반대로 국내 주식시장은 버리고 해외 주식 편하게 사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야당 내 이견도 존재한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임 의원 안에 대해 "국내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해선 없던 세금을 도입하면서 해외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해선 있던 세금을 깎아준다니 일관된 것(주장)인지 잘 모르겠다"고 적었다.
문제는 금투세 시행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기약없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각각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코리아 증시 부스트업'이란 이름으로 국내 증시 부양책을 펴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정치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부추기고 있단 비판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2조1292억원으로 월 초에 비해 6조원 이상 줄었다. 월간 기준으로는 2개월 연속 감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