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공개매수 저지 의도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010130)이 자사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데다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사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음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린 만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 재판에서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지면 이후 이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공개 매수를 시작하면서 법원에 고려아연과 그 계열사가 자사주를 사는 것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 결정은 2일 오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법은 공개 매수 기간에 주가조작 가능성 등을 막기 위해 공개 매수자와 매수자의 특별 관계자가 공개 매수가 아닌 방법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법원이 오는 4일 종료하는 공개 매수 기간에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릴 경우, 이사회를 거쳐 공시를 내고 자사주 매입을 시작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MBK의 공개매수를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MBK의 공개매수가가 1주당 75만원이어서 자사주 매입 가격은 이 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매입해 다른 용도로 쓰기 보다 전량 소각하겠다고 하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겠다는 목적으로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