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엔 실망했지만…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됐다. 지난 10월 8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3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하며 포문을 열었다. 다만 두 기업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국내 상장사의 3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증권가도 갈수록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내려 잡는 와중이다.
그럼에도 기대할 만한 종목은 있다. 전반적인 눈높이가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종목이 눈길을 끈다. 대체로 조선, 기계, 운송, 증권 업종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굵직한 이슈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 실적까지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코스피 8%, 코스닥 18% 추정치↓
IT 가전·에너지·화학 눈높이 내려가
3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 10월 8일 나란히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상장사 3분기 실적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9조1000억원, LG전자는 75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증권가 추정치를 크게 밑돈 것. 당초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10조4000억원, LG전자가 1조2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국내 상장사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는 갈수록 내려가는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3분기 영업이익은 총 7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3개월 전 추정치(74조1000억원)보다 4% 이상 낮아졌다.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가 72조5000억원에서 69조6000억원으로 4% 낮아졌고, 코스닥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6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8% 내려갔다. 이보다 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영업이익 추정치를 더 낮춰 잡았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코스피 8%, 코스닥 18% 눈높이가 뚝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IT 가전과 에너지, 화학 등의 하향폭이 컸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이들 업종에 대한 추정치를 20~30%씩 내렸다. 신한투자증권은 하향 조정폭이 에너지 55%, 화학 46%에 달한다.
특히 9월 이후 추정치 하향 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에 대한 정보가 가장 많은 9월에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다는 점은 좋지 못한 신호”라며 “4분기 실적은 1년 중 가장 부진하기 때문에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씩 낮추고 실적 발표 시즌을 맞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기계·운송·증권 ‘굿’
HD현대미포·한국카본·현대로템
3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전반적인 눈높이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실적 추정치가 높아진 기업에 투자자 관심이 쏠린다. 3분기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업종은 조선, 기계, 운송, 증권 등이다. 금리 하락 국면에서 주가가 우상향할 수 있는 인터넷·게임 업종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3분기 증권가가 가장 기대하는 업종은 조선이다. 슈퍼 사이클이 이어지며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친환경 규제 강화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최근 조선사 매출은 증가세가 뚜렷하다. 조선사 수익 지표로 꼽히는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189로, 연초 178에서 6% 이상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HD현대미포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대다수다. 키움증권은 HD현대미포의 3분기 영업이익을 3개월 전보다 110% 높여 잡았다. 이 기간 키움증권이 가장 큰 폭으로 추정치를 상향 조정한 종목이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HD현대미포 추정치를 93% 높여 잡으며, 이 기간 가장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158%), NH투자증권(152%), 다올투자증권(80%) 등도 HD현대미포에 대한 눈높이를 일제히 높여 잡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내놓은 HD현대미포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평균 258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선기자재업체인 한국카본에 대한 호평도 쏟아진다. NH투자증권이 176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예상하며 무려 319% 상향 조정했고, 다올투자증권도 3개월 전보다 눈높이를 121% 높였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한국카본이 전년 동기 대비 283% 오른 1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계 업종에서는 현대로템이 돋보인다. 양호한 생산과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부문에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펜스솔루션 부문이 실적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폴란드와 K2 전차 인도가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외형 성장이 지속되고, 부문 내 수출 비중도 74%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KB증권은 추정치를 무려 109% 상향 조정했으며, 키움증권이 32%, 미래에셋증권이 32%씩 현대로템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높여 잡았다.
금리 인하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증권 업종이 대표적이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다수 증권사가 이들 실적 전망치를 상향했다. 그동안 부진을 거듭한 인터넷·게임과 바이오 업종에 대한 호평도 나온다. 특히 크래프톤, 넥슨게임즈, 넷마블, 컴투스 등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넥슨게임즈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무려 628% 올렸는데, 이는 전체 종목을 통틀어 상향 조정폭이 가장 크다.
최재원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업종별로 살펴보면 조선, 운송, 증권, 기계 등의 3분기 이익 전망치 변화가 비교적 양호하다”며 “특히 기계와 증권 업종에서 깜짝 실적을 기록하는 기업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신중한 종목 선별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계속해서 대두되며, 11월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도 앞두고 있다. 모두 글로벌 증시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이벤트다.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변동성을 제어하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곳곳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업종과 종목은 이미 주가에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시장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실적이 발표될 경우, 주가 낙폭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3분기뿐 아니라 내년 실적까지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3분기 실적을 토대로 4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 변화가 긍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하방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