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기금(WWF)이 지구도, 건강도 지키는 귀리, 시금치, 호박씨, 파래, 미역, 새송이버섯 등 52개 식물성 식재료를 'K-퓨처푸드'로 선정해 31일 공개했다. 선정에는 이마트, 서울대 연구진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영양 밀도, 환경 영향, 한국인의 식문화 수용성, 가격 적정성 등을 고려해 식재료를 선정했다. 해당 식재료를 요리해 먹으면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파래와 톳, 미역 등 해조류도 K-퓨처푸드에 포함됐다. 해조류를 활용한 한국의 요리는 웰빙과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선정된 52개 식재료는 귀리, 수수, 옥수수, 대두, 녹두, 강낭콩, 동부, 완두, 호박씨, 땅콩, 호두, 새송이버섯(큰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시금치, 고춧잎, 들깻잎, 무청, 아욱, 케일, 유채, 취나물, 돌나물, 비름, 상추, 근대, 쑥갓, 마늘종, 머위, 브로콜리, 세발나물, 콜라비, 치커리, 풋마늘, 참나물, 파프리카, 늙은호박, 토마토, 순무, 도라지, 더덕, 고구마, 연근, 토란, 파래, 톳, 미역, 감, 살구, 포도, 쌀, 사과다.
귀리와 수수는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해 영양 균형이 뛰어난 식재료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두는 육류를 대신할 수 있는 고단백 식품이며, 땅콩은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브로콜리와 늙은호박은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물발자국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환경 부담이 적은 식품으로 꼽혔다.
파래, 톳, 미역과 같은 해조류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수중 환경 정화에 기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가 뛰어나 기후변화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파래는 생명력과 적응력이 강해 열대지역부터 극지대까지 서식하며 기후변화에 민감한 해양 생태계에서도 자생할 수 있는 식재료라고 소개했다. 식품의 영양소별 1일 권장량을 백분율로 환산해 영양 순위가 가장 높은 식재료 5가지는 시금치, 고춧잎, 귀리, 들깻잎, 무청 순이다. 이 가운데 부산물로 여겨져 잘 먹지 않는 고춧잎은 52개 식재료 중 미역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칼슘 함량을 포함한 천연 칼슘제로 평가됐다.
K-퓨처푸드, 친환경도 따진다
WWF는 각 식재료의 온실가스 배출량, 토지 이용량, 물 사용량 등을 검토해 K-퓨처푸드를 선정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과정 평가(LCA) 방법론을 적용해 식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추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다한 식재료를 K-퓨처푸드 후보에서 제외했다. 마찬가지로 물 사용량이 과다하거나 재배 면적 당 생산 효율이 낮은 식재료도 후보에서 뺐다.
WWF가 이날 공개한 K-퓨처푸드 보고서를 살펴보면 식재료가 환경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육우 1kg 생산에는 60k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반면 토마토는 1.4kg, 완두콩은 0.9kg, 뿌리채소류는 0.4kg에 불과하다. 같은 영양소를 섭취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크게 다른 셈이다.WWF는 K-퓨처푸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식량이 우리의 일상과 건강을 지탱하는 필수 요소지만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WF에 따르면 식량 생산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7%를 차지하고, 담수 사용량의 약 70%를 소비한다. 또한 식량 생산으로 인한 토지 전환과 서식지 파괴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박민혜 한국 WWF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식재료 소비로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WWF는 오는 11월 3일 스타필드 고양에서 열리는 ‘쓱데이’ 행사에서는 K-퓨처푸드 52 토크쇼를 진행한다. '흑백요리사' 최현석 셰프와 방송인 줄리안, 송길영 작가 등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식재료에 대한 강연과 푸드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