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돌아왔다. 트럼프노믹스 2기의 방향성은 관세를 무기로 한 보호무역의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는 동맹국에도 곁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호재보다 악재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트럼프의 공약은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혹은 10~20%p)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보복적 관세 부여를 공언했다. 무역전쟁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사안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이 인센티브로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받겠다는 쪽이었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관세를 견디지 못해 미국에 투자하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며 "당근이 아니라 채찍인 것인데 기업 입장에선 고관세를 극복하려고 미국 투자를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수치'로 악재를 전망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에도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총 수출액이 시나리오에 따라 최대 448억달러(약 62조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 총 수출액 6322억달러의 7%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수출이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순수출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되긴 했지만 여전히 통관 기준 수출은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수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수출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최근 늘어난 대미(對美)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트럼프 당선으로 부담스러운 숫자가 됐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였다. 올해도 최대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보호무역에 방점을 찍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입장에선 압박용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도 우리 정부의 고민 지점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정해진 길이지만, 트럼프노믹스 2기 출범에 따라 보다 노골적으로 바뀔 수 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경쟁국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존에 추진해왔던 것들이 틀어지는 부분들도 꽤 있을 것"이라며 "집권 초기에 미-중 대결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면 중국의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우리 산업도 피해를 받는 등 단기적으로 어려워질 요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 연속성이 깨졌다는 점에서 대응해야 할 지점도 많아졌다. 정부는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국 대선 결과의 의미와 영향 등을 분석하고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지 않은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금융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굳건하지만 미중 전략 경쟁 하에서 통상협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