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멕시코 대상 관세
25% 부과 선언 하루만에 유예
美 자동차 빅3와 통화 후 결단
자국 산업 수호자 이미지 과시
韓기업도 대응시간 벌어 숨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멕시코를 대상으로 부과하고 있는 ‘25% 관세’에서 자동차에 한해서만 1개월간 적용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주’를 일시적·부분적으로나마 멈춘 것은 자국 기업들의 ‘호소’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빅3’ 자동차 업체와 대화했다”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1개월간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USMCA와 연관된 업계의 요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세 적용을 한 달 면제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1개월 면제 조치가 캐나다·멕시코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자국 산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에 한해 1개월간 관세 부과를 면제하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메이커 빅3 대표와 통화했다. 통화 이후 관세 부과가 연기됐다는 점에서 미뤄볼 때 이들은 자국 기업의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막지 못한 것을 미국 자동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멈춰 세운 셈이다. 이들 기업의 호소 덕분에 멕시코 등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한국 기업들도 한 달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가 시작된 당일 빌 포드 포드 회장과 짐 팔리 포드 CEO, 메리 바라 GM CEO, 존 엘칸 스텔란티스 회장과 통화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외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두고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우려는 상당히 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회장은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캐나다·멕시코 관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젤라 회장은 “대다수 사람은 일부 차량 모델 가격이 많게는 25%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동차 가격과 납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즉각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동차 공급망은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이 무관세로 통합돼 있고 부품에 따라서는 조립 과정에서 국경을 6회 이상 넘는 경우도 있어 공급망 전체가 혼란이 빠질 위험성이 제기돼왔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울프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관세 부과로 전체 자동차 가격이 평균 3000달러 오를 수 있는데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는 7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산 부품으로만 만들어진 미국산 자동차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바클레이스은행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산 자동차에 쓰이는 부품 중 최대 40%는 멕시코산이며, 20% 이상은 캐나다산이다.
이에 GM·포드·스텔란티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1개월 관세 면제 조치를 내리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포드는 성명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건강하고 솔직한 대화를 계속해 우리 업계와 미국 제조업을 위해 밝은 미래를 이루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GM은 “GM과 같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하고 국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전했고, 스텔란티스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 부문이 번창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산 자동차 관세 적용을 1개월간 면제한다는 결정에 따라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업체와 부품 업체 등은 대응할 시간을 벌게 됐다. KOTRA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 수는 100여 개에 달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뤼도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그는 “트뤼도가 관세와 관련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묻기 위해 전화했다”면서 “통화는 다소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와 캐나다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펜타닐로 다수의 사람이 죽고 있다는 자신의 언급에 대해 트뤼도 총리가 “상황이 나아졌다”고 답변했다고 전한 뒤 “나는 ‘그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트뤼도 총리를 ‘주지사’로 거론하면서 “그의 약한 국경 정책이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대부분 야기하고 있다”면서 불법이민과 펜타닐 문제의 원인이 캐나다에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