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2만6000원…수요예측·청약 흥행 부진
"고배당은 투자 포인트…오버행 우려 낮아"

올해 상반기 대어급 기업공개(IPO)로 꼽히는 서울보증보험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앞서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모두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첫날 주가 흐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거래를 개시한다. 서울보증보험의 공모가는 2만6000원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8154억원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9월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으나,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들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이 재도전인 셈이다.
다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달 20~26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하단인 2만6000원으로 확정했다. 구주매출 100%로 IPO를 진행한 탓에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다.
이어진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경쟁률이 7대 1에 그치며 부진했다. 청약 증거금도 약 2000억원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청약에 나섰던 씨케이솔루션·한텍이 각각 3조7144억원, 6조2400억원의 증거금을 모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서울보증보험의 첫날 주가 흐름을 놓고 LG씨앤에스(LG CNS)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 CNS는 앞선 일반청약에서 20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상장했지만,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10% 가까이 내린 뒤 한 달여가 지난 현재 단 한 차례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고배당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53.5%의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결산 배당금액을 2000억원으로 확정해 상장 이후 다음 달 주주들에게 지급한다고 밝혔다. 확정 공모가 기준 11%에 달하는 배당수익률이다.
또 오는 2027년까지 향후 3년 간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매년 2000억원 규모의 총 주주환원금액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최소배당금, 분기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도 서울보증보험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서울보증보험의 주주환원율은 평균 53.5%에 달하고, 13년 연속 배당을 지급하는 등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밸류업 공시를 통해 최소배당금 및 분기배당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장추 회대주주의 지분 매각 등은 우려 요인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번 IPO를 통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주식의 10%를 매각한다. 이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오는 2027년 말까지 수 차례의 소수 지분 매각을 거쳐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규모를 줄이고 경영권 지분 매각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우리은행 사례를 살펴보면 오버행 관련 과도한 우려는 기우"라며 "당시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지분을 최초 공모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매도하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은행 매각 과정에서 약 20년에 걸쳐 입찰, 배당, 7차례 블록딜 등을 시행하며 공적자금을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시장 안정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매각 전략을 취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임 연구원은 "따라서 예금보험공사의 오버행은 단기간에 대규모로 출하되기 보다는 점진적인 지분 매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주환원 정책과 병행해 주가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