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화유출·경기침체 우려에도
위안 약세로 수출기업 지원 강화
월가 "위안 절하 속도 빨라질 것"
트럼프 "환율조작"…G2 충돌 격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공격을 받은 중국 정부가 외화유출 및 경기침체 걱정에도 불구하고 위안 가치를 연거푸 내려 수출 지원에 나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위안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홍콩 시장의 역외 위안 환율은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발효된 9일 장중 달러당 7.4273위안까지 올랐다. 그 결과 위안 가치는 2010년 역외 위안시장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환율은 이후 달러당 7.38위안 선에 머물며 다소 진정세를 보였으나 중국 안팎의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8일 역내 위안 환율을 달러당 7.2038위안으로 고시하면서 약 19개월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7.2위안을 넘기더니, 9일 환율도 7.2066위안으로 고시했다.
코로나19 이후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중국은 자본유출을 막고 중국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환율이 달러당 7.2위안을 넘지 않게 노력했다.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가 지난 1월 취임 이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생산 단속을 요구하며 중국 제품에 20%의 관세를 추가하고, 9일(현지시간) 84% 규모의 상호관세까지 발효하면서 수출길이 막막해졌다. 트럼프는 상호관세율을 당초 34%로 정했으나 중국이 지난 4일 미국 제품에 똑같이 34%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상호관세율을 84%로 올렸다. 상호관세 시행에 따라 중국 제품에 부과된 미국 관세율은 104%에 이르렀다. 중국 정부는 9일 미국 상호관세 발효 당일 미국에 부과하는 보복관세를 미국과 같은 84%로 올리고 10일부터 발효한다고 알렸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발효 직전 연설에서 중국이 통화 가치 절하로 환율을 조작했다면서 "이 게임은 그런 식으로 플레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중국 제품에 부과하는 104%의 관세가 그들이 협상할 때까지 유효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중국이 "어느 시점에 협상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위안 가치를 내린다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는 만큼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따른 피해를 다소 줄일 수 있다. 다만 통화 가치를 급격하게 내린다면 중국 경제에 대한 대외 신뢰를 떨어뜨리고 자본유출을 유발해 추가적인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웰스파고은행의 아루프 채터지 거시전략·신흥시장 부문 전무이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부터 위안 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 역시 기준환율에 더 큰 유연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절하 흐름은 당국이 관리하는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절하가 될 것"이라며 역외 위안 환율이 달러당 7.5위안 아래에 머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쿤 고 아시아 조사 대표도 중국이 급격한 위안 가치 변동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의 관세가 철폐되지 않는다면 위안 가치 하락 추세가 예상된다"며 중국이 일회성의 대규모 가치 평가 절하는 피한다고 예측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9일 상호관세 발효에도 불구하고 전장보다 각각 1.31%, 1,77% 상승 마감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 증시의 하락에도 중국 정부의 지원책에 대한 기대감에 기술주 매수를 강행했다.
한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9일 핵심 지도부와 함께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주변공작회의'에 참석해 연설했다. 시진핑의 공개 연설은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은 이후 처음이다. 그는 "주변국 운명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고, 주변국 업무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주변국과 전략적 상호 신뢰 및 네트워크 강화를 주문했다. 같은 날 중국 국무원은 정부 차원의 백서를 발표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이 트럼프의 주장처럼 불균형 상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양국이 평등한 대화와 협력으로 이견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