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입 완료는 내년 11월 유지
편입비중 확대 ‘분기별→월별’로
국내 정치상황 반영 영향 분석에
기재부 "日 투자자 요청 따른 것"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이 확정됐다. 다만 편입 시점은 당초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늦춰졌다. 정부는 WGBI를 추종하는 글로벌 투자금의 40%를 차지하는 일본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며, 국내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기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변경했다. 최종 편입 완료 시점은 2026년 11월로 유지된다. 편입 비중도 기존 '분기별 단계적 확대'에서 '월별 단계적 확대' 방식으로 변경됐다.
FTSE 러셀이 운영하는 세계국채지수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연기금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핵심 지수다.
기재부는 편입 시점이 늦춰진 배경에 대해 "일본 투자자들의 실무 준비 시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에 추가 제도 개선 요청은 없으며, 투명한 방식, 시장과의 소통, 확고한 개방 의지 등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편입 시점 조정은 투자자들이 내부 절차를 마무리하고 테스트 거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WGBI 편입 효과를 극대화하고 제도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WGBI를 추종하는 글로벌 채권 자산군에서 약 2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입이 연기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 효과도 그만큼 늦춰질 전망이다.
세계국채지수 편입은 중장기적으로 금리 안정과 신용등급 방어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편입 순연 결정이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간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파면에 따른 국가 리더십 공백, 트럼프발 관세 충격,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CDS 프리미엄 상승, 6월 조기 대선 이후 추가경정예산 집행 가능성 등 복합적인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포함해 한국 국채 시장에 대한 신뢰에 문제가 있었다면, 편입 여부 자체를 재검토하거나 완료 시점을 늦추는 등 다른 방식이 선택됐을 것"이라며 "정치적 영향은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