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이후 잠잠하던 시장에 악재가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던 미국 가상화폐 거래 전문은행 '실버게이트 캐피털'이 결국 청산을 결정했습니다.
실버게이트는 8일(현지시간) 자발적으로 은행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회사는 금융 당국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최근 산업과 규제 발전에 비춰 은행 운영의 질서 있는 중단과 자발적인 청산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은행의 청산 계획에는 모든 예금의 전액 상환이 포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버게이트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의 회원사로 가입돼 있는 전통의 은행입니다.
실버게이트는 가상화폐가 출현하자 가상화폐와 기존 은행을 연결해 주는 관문으로서 결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일 미국의 증권감독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해야 할 연간 10-K 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한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낳았습니다.
10-K 보고서는 SEC 규정상 모든 상장 기업이 회계연도가 끝나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로, 1년 동안 기업의 변화와 실적 등을 모두 기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버게이트가 이 서류 제출을 연기한 건 반드시 내야 하는 연례 서류 제출을 연기할 정도로 회사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회사는 2022년 4분기에 10억 달러(1조 3,056억 원)의 손실을 입었고, 뱅크런으로 고객 예금 140억 달러(약 18조 원)가 인출됐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자구책으로, 지난 1월에 직원 40%를 해고하는 등 회생을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인해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크립토닷컴, 제미니 등 가상화폐 거래소와 스테이블 코인 기업 등이 즉시 거래를 중단하며 불안이 확산했습니다.
핵심 거래처였던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지난해 11월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예금 대란에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영향이 컸습니다.
이에 현재 미 규제당국과 법무부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버게이트 캐피털은 연례 보고서 제출이 지연된 것은 부분적으로, 이미 진행 중인 법무부 조사를 포함해 즉각적인 규제 단속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버게이트 캐피털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2% 급락해 2.83달러(3천723원)를 나타냈습니다.
가상화폐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미 동부 기준 오후 7시 10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2.53% 하락한 2만 1천 715 달러(2천 858만 6천 원)에 거래됐습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인디펜던트 리저브의 트레이딩 책임자인 존 토로는 "실버게이트는 암호화폐 산업을 위한 주요 달러 뱅킹 제공업체 중 하나"라며 "유동성 우려는 시장 상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