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 일반사업권 5개 모두 응찰
롯데,DF3.4 배제...현대百, DF5에 집중
글로벌 1위 중국 CDFG 참여가 변수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을 입찰 경쟁이 본궤도에 올랐다. 엔데믹 전환 이후 첫 입찰인 데다 사업 기간도 두 배로 늘어나 어느 때보다 업계 관심이 뜨겁다. 올해 면세 산업도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이 기대되는 만큼 향후 10년이 걸린 인천공항 사업권은 필수라는 시각이다.
이번 입찰은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을 합쳐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사업권은 총 7개로 DF1~DF5까지 일반사업권 5개와 중소·중견 기업에 주어지는 DF8~DF9 사업권 2개로 나뉜다. 이전과 달리 개별 사업권마다 T1, T2에 각각 매장을 할당한 것이 특징이다. 임대료 체계도 고정 임대료 방식에서 여객 수에 비례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28일 사업제안서 제출 마감과 함께 후보 기업은 추려졌다. 일반사업권에는 예상대로 국내 대기업 4사와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등 5개사가 도전장을 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일반사업권 5개에 전부 응찰했으며 CDFG가 DF1~DF4까지 4개, 롯데면세점은 DF1~DF2, DF5 등 3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5 1개에 응찰했다.
각 사는 오는 14일 입찰 발표회(PT)를 앞두고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인천공항공사 1차 심사를 거쳐 이르면 내달 사업권별 후보 사업자가 복수로 선정된다. 관세청 2차 심사를 거쳐 선정된 신규 사업자는 오는 7월부터 영업을 개시한다.
최대 격전지는 4개 기업이 경쟁을 펼치는 DF1, DF2다. 면세점 핵심 품목으로 꼽히는 담배·주류·화장품·향수 품목이 걸려 있다. 대기업 면세점은 두 사업권을 놓칠 경우 향후 10년간 수익성 높은 주류·담배 품목을 포기해야 한다. 향후 중국 등 여객 수요 회복을 고려했을 때 화장품·향수 또한 핵심 품목으로 꼽힌다. 모든 업체가 응찰 사업권 중 가장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매장 규모가 가장 작은 DF5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저 수용 금액이 가장 낮은 동시에 매출 비중이 높은 부티크 품목만 걸려 있어 입찰 공고 직후부터 알짜배기로 분류됐다. DF1~DF2와 다른 그룹으로 묶여 중복 낙찰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관심이 적은 사업권은 DF3과 DF4다. 매출 비중이 적은 패션·액세서리 품목이 묶여 있어 DF5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입찰 과정부터 DF3, DF4를 배제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우위를 점하는 양상이다. 국내 1·2위 사업자로서 글로벌 경쟁력, 매장 운영 경험과 브랜드 유치 능력 등을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후발 주자인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내 운영 중인 매장의 고정 임대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사 모두 코로나 기간 적자가 누적된 만큼 얼마나 과감하게 입찰가를 써내느냐가 관건이다.
변수는 글로벌 1위 면세점 CDFG다. 지난해 매출 약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한 만큼 자금력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사업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심사에서 임대료 점수 비중이 40%로 높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 인천공항공사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등 입찰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찰 가능성이 낮다고 가정 했을 때 CDFG를 포함해 3개 기업이 경쟁하는 DF3, DF4의 경우 손쉽게 CDFG 몫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CDFG가 인천공항 진입에 성공할 경우 국내 면세 매출 80%를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보따리상(따이공)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내수 시장이 뒷받침하고 있어 브랜드 협상력을 제고할 여지도 충분하다. 향후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시내면세점 특허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정우 경희대 명예교수는 “CDFG는 세계 1위 인천공항에 입점 한다는 상징성이 필요한 만큼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인천공항 입찰을 기점으로 국내 면세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