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은행 대출의 43%… 회수 안 되면 ‘퍼펙트 스톰’ 온다
미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은행 위기가 다소 진정세지만, ‘상업용 부동산’이란 뇌관이 터지면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사무실과 쇼핑몰, 식당 건물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대출을 많이 해준 중소형 은행들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에 따른 은행 불안이 재발할 가능성에 유의하라”고 밝혔다.
미 중소 은행, 대출 43%가 상업용 부동산
JP모건, 골드만삭스와 같은 미국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은행 위기를 재점화할 뇌관으로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문제를 꼽고 있다. 데이터 업체 트렙에 따르면, 미국 중소 규모 은행들은 임대 아파트 모기지를 포함해 약 2조3000억달러(2988조원)의 부동산 대출을 보유 중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67.3%가 중소형 은행이다. 중소형 은행들의 전체 대출에서 상업용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평균 43%(JP모건)로, 대형 은행(13%)의 3배가 넘는다. 대출 회수가 어려워졌을 때 중소형 은행의 위험이 훨씬 큰 것이다.
최근 미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 데다 기술·금융기업들의 대규모 인력 감축 등의 여파로 공실률이 높아지며 사무용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 연체율도 오르는 추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CMBS 연체율은 3.14%로 1월(2.94%)보다 0.18%포인트 올랐다. 특히 사무용 부동산 CMBS 연체율은 1월 1.83%에서 2월 2.38%로 0.55%포인트 급등했다.
'실패 교과서'가 된 실리콘밸리은행
은행 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는 다소 누그러지는 추세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27일(현지 시각) 퍼스트시티즌스 은행이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모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준에서 금융권 규제를 담당하는 마이클 바 부의장은 “SVB는 은행 경영 실패의 교과서적인 사례”라면서 “은행 시스템을 안전하고 건전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금융사의 규모와 관계없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위기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온 SVB가 문 닫으며 실리콘밸리의 긴장감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타트업은 지난해 자금이 고갈되고 가치가 대폭 하락하는 힘든 시기를 겪은 후 올해에는 상황이 회복하기를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SVB 붕괴로 실리콘밸리 전역의 불안과 두려움이 더 커졌다”고 했다.
‘뱅크데믹(Bankdemic·뱅크와 팬데믹의 합성어)’으로 불리는 은행 위기 공포 심리에 지난 24일 장중 한때 14.9% 폭락했던 도이체방크 주가는 27일 6.15% 오르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도이체방크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국에 있어 안심하긴 어렵다는 해석이다.
세계은행, "잃어버린 10년 온다" 경고장
은행 위기와 별개로 세계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최근 몇 년간 크게 둔화됐다는 진단도 나왔다. 세계은행(WB)은 27일 ‘하락하는 장기 성장 전망’ 보고서에서 “노동력 공급과 투자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지 않을 경우 특정 지역이나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난 몇 년간 위기가 겹치면서 최근 30년 동안 지속돼온 경제의 고성장이 끝났다는 것이다. 전 세계 잠재 성장률은 2000~2010년 연 3.5%에서 2011~2021년 연 2.6%로 낮아졌고, 2022~2030년엔 연 2.2%까지 주저앉을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보고서는 “운명은 정해진 게 아니다”면서 “무역 비용 절감, 노동력 참여 확대 등의 노력이 이뤄지면 2030년까지 잠재적 경제 성장률이 2.9%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