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연속 동결 결정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한편 금통위는 지난 2월 1년 반 동안 지속된 금리인상 행보를 멈추고 금리를 동결했는데, 이달 두 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다는 '인상 종결론'이 탄력을 받게 됐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3명이 4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 바 있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4.75~5.00%)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1.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한은이 이달 금리 동결을 결정 한 주요 근거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4%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추가 긴축 필요성이 약화하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인플레이션 안정 기조가 예상된다"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금리인상의 안정효과를 기다리는 차원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1년 반 동안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3%포인트 가파르게 인상했다. 특히 지난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 7연속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률 둔화에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사실상의 인상 종료로 해석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으로 2022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4월 4.8% ▲5월 5.4% ▲6월 6.0% ▲ 7월 6.3%까지 치솟은 뒤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상의 주요 근거였던 Fed 긴축 가속화 옵션이 사실상 사라졌다"면서 "물가 상승률도 한은 전망치를 하회하고 경기에 초점을 맞출 여유를 벌면서 이미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인플레이션 완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면서 "한은이 미 Fed보다 먼저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중반 미국 경기가 침체에 진입하고 상반기 중 미국 금리인상이 종료될 것"이라며 "한미 금리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 전환이 어렵다.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향후 추가 인상 불씨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날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는데, 미 Fed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미국(5.00~5.25%)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는 2000년 5~10월 기록했던 종전 최대 금리차 1.5%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대 금리차 기록을 경신한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더욱 벌어지면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박이 커지고 환율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도 복병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둔화 속도는 더딜 수 있다"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국내 근원물가가 더딘 둔화 흐름을 보인다면 금리인하 시기는 늦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