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낸스 이어 코인베이스까지 규제 ‘정조준’
중소형 거래소도 SEC 사정권 안에 포함
국내 업계 SEC 판단에 ‘촉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거래소를 향해 연일 규제 칼날을 들이밀면서 국내 업계도 이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SEC가 대형 거래소인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을 증권법에 따라 관리하게 되면 거래소를 비롯한 여러 가상자산업계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 SEC는 가상자산거래소를 증권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가상자산거래소는 가상화폐를 증권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그들은 규제가 모호하다는 주장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겐슬러 위원장의 발언이 미국 내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SE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11일 만에 나온 만큼, 업계에서는 거래소들을 향한 비판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24일(현지 시각) 코인베이스는 SEC가 가상자산업계를 향해 일관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SEC는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향한 칼날도 들이밀고 있다. 특히 SEC는 바이낸스의 미국 법인인 바이낸스US를 향해 지난 2020년부터 바이낸스와의 관계를 조사 중에 있다. SEC는 바이낸스를 향해 ‘본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탈세 등 부정 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들여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EC는 바이낸스가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1개의 코인 당 1달러의 가치를 연동한 코인)인 바이낸스USD(BUSD)를 미등록 증권에 해당된다며 그 발행사를 올해 고소하기도 했다. 이런 압박으로 바이낸스US는 가상자산 대출 업체인 ‘보이저디지털’의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보이저디지털은 ‘루나 폭락’ 사태가 발생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자 대출해 준 자산을 돌려받지 못해 지난해 7월 파산한 업체다. 애초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보이저디지털을 인수하기로 했으나 FTX마저 부정 회계 등으로 파산하면서 바이낸스가 지난해 12월 대신 낙찰받게 됐다.
SEC는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대형 거래소 외에도 중소형 거래소를 향한 규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SEC는 미 워싱턴주(州) 시애틀에 위치한 가상자산 거래소인 비트렉스와 창업자, 해외 계열사인 비트렉스 글로벌을 미등록 증권거래소 혐의로 기소했다.
SEC가 ‘가상자산거래소 길들이기’에 나서자 국내 금융당국도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바이낸스가 국내 진출에 열을 쏟고 있는데, 미국 규제 상황에 따라 바이낸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인 고팍스의 지분 41%를 인수함에 따라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는데, 이에 대한 사업자 변경 수리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SEC가 바이낸스를 향해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신고 처리는 여전히 계류 중이다. 업계에서는 FIU의 검토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혹시 모를 ‘바이낸스 리스크’를 꼼꼼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다만 연이은 SEC의 행보에 미 의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업계로서는 안도하는 부분이다. 미 하원은 겐슬러 SEC 위원장을 향해 “지나친 규제로 가상자산업계를 죽이고 있다”며 이에 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또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겐슬러 위원장을 향한 탄핵 가능성도 제기하면서 가상자산업계를 향한 제재 행보 또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미 하원의 제동으로 업계로서는 잠시 안도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SEC 내 강경론을 펼치는 인물들도 많을뿐더러, 업계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엔 이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