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해외 공장
기아가 태국 공장 건설을 검토 중입니다. 태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태국을 비롯한 아세안(ASEAN) 지역 판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사실 기아가 태국 공장을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는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현대차는 태국과 인접한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가동 중입니다. 기아가 태국에 생산공장을 짓는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아세안 시장을 집중 공략할 기회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한적 없습니다. 태국 현지업체를 통해 차량을 판매해왔습니다.
기아가 태국공장을 짓게 되면 중국, 미국, 멕시코, 슬로바키아, 인도에 이어 여섯 번째 해외생산기지가 됩니다. 현대차는 중국, 미국, 체코, 러시아, 인도, 브라질, 튀르키예, 인도네시아에 생산기지가 있습니다. 현대차 수준에 못 미치지만 해외 주요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갖추게 됩니다.
업계에선 기아가 연내 태국 정부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봅니다. 기아 내부적으로도 상당기간 준비해온 만큼 공장 건설에 문제 없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예상 착공시기는 2024년 상반기입니다. 연간 생산규모는 25만대로 알려졌습니다.
글로벌기업 생산거점 '태국'
기아는 왜 태국 공장을 검토 했을까요. 태국은 아세안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글로벌기업 자동차 생산기지 입니다. 글로벌기업들의 태국내 생산능력은 연 400만대 수준입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자동차 생산 10위, 상용차 생산 4위 국가입니다. 태국은 1960년대부터 자동차 산업유치를 전략적으로 해왔습니다. 특히 픽업트럭 생산이 많습니다.
태국의 자동차 시장규모 역시 아세안 주요 국가 중 인도네시아에 이어 2위입니다. 아세안자동차연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태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40만6131대를 기록했습니다. 1위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50만5985대 규모입니다. 말레이시아(36만6037대), 필리핀(20만2415대), 베트남(13만7327대)이 태국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기업들이 강세입니다. 토요타를 비롯 이스즈, 혼다, 미쓰비시, 마쯔다 등 일본 업체들이 태국 자동차시장의 약 80% 장악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기아가 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태국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업체 덕분에 태국의 자동차 산업 인프라도 탄탄합니다. 관련 부품 업체들은 물론 AS망도 잘 갖춰져있습니다. 여기에 태국 정부가 여러 국가와 관세면제협정 등을 체결한 상태여서 주요 부품의 통관과 수출입 절차도 간편합니다. 때문에 태국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게 아세안 시장을 공략할 최적의 전진 기지로 꼽힙니다.
틈새가 생겼다
최근 일본 업체들이 장악한 태국 시장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태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자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대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현지 생산계획을 제시한 업체에게 전기차 한 대당 최대 15만바트(약 5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입 관세율도 40% 인하해 주기로 했습니다.
태국 국토교통부(DLT)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의 배터리 전기차(BEV·Battery Electric Vehicle)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395% 증가한 9580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는 1만4535대로 이미 작년 등록 대수를 넘었습니다. 이는 태국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증거입니다. 태국 정부가 태국을 아세안 전기차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같은 태국정부의 전기차 육성정책에 일본 업체들이 발맞추지 못하면서 틈새가 생겼습니다. 일본 업체들은 전기차보다 내연 기관과 하이브리드에 집중해왔던 탓에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었습니다. 그 틈을 중국 업체들이 파고들고 있고요.
실제로 올해 상반기 태국 전기차 시장의 80% 이상을 중국 업체가 가져갔습니다. 중국 비야디(BYD), 호존(Hozon), 창안자동차(长安汽车), 상하이자동차(SAIC) 등이 휩쓸었습니다. 여세를 몰아 이들은 태국 공장설립 계획도 내놓고 있습니다.
기회를 잡아라
현대차그룹도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손놓고 있다간 중국 업체들에 태국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게다가 태국 정부가 밀고 있는 전기차 분야는 현대차그룹의 신성장 동력이기도 합니다.
현대차그룹은 태국 직접 진출을 통해 태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아세안 시장까지 겨냥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미 아세안 자동차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에는 현대차가 진출해있는 만큼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태국에는 기아가 낙점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아의 전기차 EV6 등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더불어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오닉5를 앞세워 출시 1년 만에 전기차 판매 1위를 달성한 것도 기아의 태국 공장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태국 소비자들의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 선호도는 높습니다. 수십 년간 일본 브랜드에 노출돼 피로도가 높았던 상황에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가 신선하고 세련됐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제 인도네이사에 이어 태국에도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기아. 기아가 태국을 발판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전기차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