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SSG닷컴·롯데온, 캐치패션 제휴
11번가, 트렌비 '중고명품' 서비스 도입
2030 고객 유입 전략…명품 버티컬 강화
실적 악화 명품플랫폼, 채널 확대 전략
이커머스가 명품 플랫폼과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G마켓은 캐치패션, 11번가는 트렌비를 통해 명품을 강화하고 나섰다. 명품 플랫폼과 협업해 상품 다양성을 넓히고 버티컬 커머스를 선호하는 젊은 고객층을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실적 부진에 빠진 명품플랫폼도 이커머스와의 제휴를 인지도 확대와 매출 확대 방안으로 삼고 있다.
경쟁에서 협업으로
25일 업계에 따르면 G마켓·옥션은 최근 캐치패션 공식 스토어를 열었다. G마켓은 그간 명품 직구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명품 직구 플랫폼 판매자와의 협업은 물론 명품 감정 서비스, 가품보상제 등을 운영 중이다.
캐치패션은 명품 브랜드 및 브랜드 공식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정품 100%라는 자신감을 내세워온 플랫폼이다.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 주요 명품플랫폼들의 작년 매출이 수백억원대인 반면, 캐치패션은 40억원대를 기록한 업계 후발주자다.
G마켓 관계자는 "캐치패션은 2030세대가 선호하는 해외 컬렉션은 물론,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등 희소성이 높은 럭셔리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트렌비와 손을 잡았다. 명품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OOAh luxe)'의 중고명품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트렌비는 주요 명품플랫폼 중 중고 사업에 특화한 업체다. 자사 취급품의 정품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정품감정센터를 독립법인으로 설립해 운영 중이다. 올해 4월엔 고객이 보유하던 명품을 새 명품과 교환 구매할 수 있는 '셔플' 서비스도 론칭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트렌비가 중고명품 분야에서 엄격한 검수 시스템을 보유한 점에 집중했다"며 "중고 명품 협업으로 시작했지만 연동 상품을 확대해 고객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명품을 만날 수 있도록 전략적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전통 대기업들의 이커머스인 SSG닷컴·롯데온조차 올해 캐치패션과 제휴를 맺었다. SSG닷컴과 롯데온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진품 인증제를 도입하며 명품 플랫폼들과 차별화한 서비스를 강조하곤 했다.
진품 인증제를 도입한 이유는 백화점에서 취급하는 상품만으로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는 데다, 병행수입 상품에 대해 가품 의혹을 떨치기 위해서였다. CJ온스타일도 머스트잇의 상품을 연동해 판매 중이다.
명품 + 버티컬 = 2030 유입
명품은 커머스 플랫폼에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주요 콘텐츠 중 하나다. 특정 카테고리를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버티컬 커머스'의 인기는 갈수록 늘고 있다. 종합몰 성격의 이커머스들은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관으로 마련하면 기존 오픈마켓처럼 고객이 상품을 일일이 찾아야 할 때보다 플랫폼 방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명품플랫폼은 소규모지만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커머스는 명품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하이엔드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고 유니크한 명품을 찾는 수요를 노릴 수 있다. 또한 명품플랫폼이 구축한 감정시스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커머스들이 앞다퉈 명품 플랫폼을 끌어들이는 이유다.
이커커스의 명품 강화가 낮은 사용률(앱 설치 후 실제 실행 비중)을 끌어올리는 카드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11번가, G마켓, SSG닷컴, 롯데온 등은 쿠팡에 비해 낮은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쿠팡은 94.8%의 사용률을 보인 반면 11번가 48%, G마켓 43.7%, 롯데온 33.7%, SSG닷컴 30% 등으로 나타났다.
명품플랫폼, 수수료 감내하며 입점한 이유
지난해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캐치패션 등 명품플랫폼 4사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발란의 손실 규모는 373억원, 트렌비 207억원, 머스트잇 168억원, 캐치패션 69억원이다. 이들은 인지도 확대를 위해 수백억원의 광고선전비를 들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게다가 올해엔 작년보다 사용자가 더욱 줄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명품플랫폼 주요 3사인 발란·트렌비·머스트잇의 올해 1~9월 누적 이용자 수는 695만여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엔 1332만여명이었던 점에 비하면 절반가량 줄어든 셈이다.
엔데믹 이후 명품 오프라인 구매 수요 증가와 더불어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한 이커머스 등 온라인 명품 쇼핑 선택지가 다양해진 영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명품플랫폼은 자체 앱보다 인지도 높은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함으로써 채널 확장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명품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 확대를 위해 합종을 택한 것"이라며 "매출은 늘겠지만 입점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고, 판매수수료를 이커머스와 나눠가져야 하는 점은 수익성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