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Q 타이어코드 수요 둔화로 실적 둔화
기존사업 줄이고 신사업 탄소섬유 투자↑
전기차·항공우주 분야 수요 증가로 맑음
효성첨단소재는 올 3분기 효성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효성첨단소재는 사업 구조조정을 하고 신사업 투자를 늘렸다. 특히 항공우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신소재로 주목받는 탄소섬유 사업에 자금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픈 손가락' 된 효성첨단소재
효성첨단소재는 올 3분기 매출 7833억원, 영업이익 3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7%, 46% 줄었다.
효성첨단소재는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등 효성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3분기 실적이 둔화했다. 효성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고, 효성화학은 적자폭을 98% 줄였다. 또 효성티앤씨 역시 지난해 3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론 효성첨단소재의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 수요가 부진한 점이 꼽힌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신차 판매량과 타이어 교체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3분기 국내 타이어코드 수출 가격은 4개 분기 연속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차 출고 부진, 타이어 교체 수요 감소 등에 따라 타이어코드 시장 수익성이 둔화했다"며 "북미와 유럽 타이어코드 시황 회복이 더디고 있어 당분간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35년 탄소섬유 딛고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적극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도 각 계열사에 경영 위기를 타개할 구체적 실행 방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사업 중 수익성이 떨어진 분야는 정리하고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올해 나일론 필름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자 생산라인이 있던 대전공장 문을 닫았다.
이후 신사업인 탄소섬유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탄소섬유는 탄소 함유량이 90% 이상인 섬유로 무게가 철의 4분의 1 수준 이지만 강도가 10배 이상 높고 부식에 강하다. 또 전도성과 내열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장점이다.
효성첨단소재가 탄소섬유에 집중하는 이유는 최근 탄소섬유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선박용 연료탱크를 비롯해 태양광 단열재, 풍력발전 블레이드 등의 소재로 사용되며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외장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탓에 내연기관차 대비 40% 이상 무겁다. 때문에 외장재 등의 무게를 줄여 주행거리를 높여야 한다. 탄소섬유는 가볍고 강도가 높아 전기차 외장재로 효용성이 높다.
실제 외신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탄소섬유 수요는 올해 11만2000톤(t) 수준에서 연평균 10%씩 성장해 오는 2035년 32만7000t 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총 528억원을 투자해 전주 공장의 탄소섬유 생산라인 2500t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완공 시점은 2024년 7월이다. 수요량 증가에 발맞춰 해외 생산 법인도 세울 계획이다. 이 회사는 총 533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남부 지역에 탄소섬유 생산을 위한 '효성 비나 코어 머티리얼즈'를 설립하고,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현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생산력은 연산 9000t 규모다. 회사 측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5년 2만1500t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오는 2028년 2만4000t까지 늘리는 것이 기존 계획이었지만, 전방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증설 일정을 앞당겼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빠른 증설에 힘입어 내년 하반기엔 이익 비중이 기존 사업과 비슷해질 것"이라며 "생산량 확대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에 따른 수익성 향상도 기대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UAM 등 항공우주 산업에서도 탄소섬유에 주목하고 있다. 탄소섬유가 알루미늄 등 기존 발사체 소재와 비교해 훨씬 가벼우면서도 높은 탄성과 강도를 지닌 덕분에 발사체의 무게를 줄이고 추진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35년엔 우주·항공 분야가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7% 정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첨단소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고강도 탄소섬유인 T-1000 탄소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다. 특히 방산·에너지·차·우주·항공 등에 사용되는 초고강도 탄소섬유는 기술 난이도가 높아 진입 장벽이 높다. 경쟁 업체가 적다는 점도 효성첨단소재 미래 수익성에 호조 요인이 될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 연구원은 "탄소섬유는 고부가 신소재로서 경기 사이클을 뛰어넘은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기술력과 정부 규제 등 진입장벽 덕분에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30%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