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실패해도 잃을 것 없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조현식 고문과 손잡고 조현범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시장에서 유통 중인 주식이 많지 않은 상황에 20% 넘는 지분을 공개매수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고, 재벌 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하면 향후 국내에서 사업하는 데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들 다수는 “나라면 하지 않았을 딜”이라고 평가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스페셜 시튜에이션스(SS) 2호’를 통해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SS 2호는 지난 2021년 18억달러(2조4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펀드다.

 

SS 2호 펀드에서 100%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가 공개매수 주체로 나선다. 투입 자금은 3863억~518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 그리고 차녀 조희원씨는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20.35~27.32%(1931만5214∼2593만4385주)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고문이 지분 18.93%를, 조희원씨가 10.61%를 보유 중이기 때문에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이들의 지분율은 49.89~56.86%가 된다. 조현범 회장 지분율(42.03%)을 넘게 되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공개매수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IB 업계에서는 공개매수를 통해 20.35% 이상 확보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 중인 주식이 2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발표 이후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이미 공개매수 단가인 2만원을 훌쩍 넘었다. 11일 종가가 2만2550원을 기록했으며, 7일 한때는 2만3750원까지 오른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언급하면 주가가 더 뛸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이 없다고 했을 뿐, 실제로 딜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인상할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에 100% 자기자본을 사용하기로 했을 정도로 자금력이 좋은 상태다. 통상 펀드를 통해 공개매수를 할 때는 전체 자금의 절반 정도는 공개매수사무취급자(증권사)를 통해 신용공여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출자자(LP)가 한 곳에 너무 많은 돈을 한꺼번에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공개매수에서 MBK파트너스는 사무취급자인 한국투자증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자본만을 활용할 방침이다. LP 중 외국계 기관들의 비중이 높아서 가능했던 일로 추정된다.

 

IB 업계에 따르면 SS 2호 펀드에는 미국 일리노이 교원 퇴직연금이 1억달러(약 1300억원), 콜로라도 교육청 연금이 5000만달러(약 655억원), 콜로라도 공무원 퇴직연금이 5000만달러를 각각 출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BCI) 등의 기관들도 출자자에 이름을 올렸다.

 

MBK파트너스가 장기전을 벌일 생각이라면, 같은 가격에 향후 재시도할 수도 있다. 이번에 정한 기간(12월 5~24일) 내 공개매수에 실패한다면, 향후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주들에게 ‘2만원 공개매수’를 다시 제안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SS 2호 펀드가 결성된 지 2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청산 기한을 고려하면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

 

공개매수 단가는 맞추더라도 목표한 수량만큼 확보하지 못한다면, 확보한 지분만 들고 조현범 회장 쪽에 거래를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 비싼 값에 주식을 되사달라는 식의 제안이 가능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결국 MBK파트너스는 수익을 내는 게 최우선인 사모펀드 운용사”라며 “어떤 형태로든 득이 된다고 판단해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왜 조현범 회장의 ‘화’만 불러일으킬 수 있는 딜에 뛰어든 것일까. 복잡한 계산 끝에 내린 결정일 거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실패할 가능성을 모르고 뛰어든 건 아닐 것”이라며 “아마 ‘성공하면 국내 1위 타이어 회사를 인수할 수 있어 좋고, 실패하더라도 잃을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 회장의 인맥을 다 분석한 뒤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지금 진행하는 딜에 미치는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데다, 어쩌면 ‘MBK파트너스는 이런 딜도 한다. 어떤 딜이든 우리에게 제안해달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공개매수사무취급자로 나선 한국투자증권은 앞으로 한국타이어그룹과 관련된 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업계의 중론이다. 한투증권이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조현식 고문과 MBK파트너스 편에 것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오너 일가와 고문 사이의 친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문기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