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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과 동원이 HMM을 인수하기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포스코(POSCO홀딩스)그룹 등 주요 대기업 집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HMM의 몸값이 비싼 상황에서 향후 컨테이너 정기선 업황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또 이들 대기업의 해상 운송에는 HMM이 주력하는 컨테이너선보다는 다른 유형의 선박이 쓰인다는 점, 관련 법규가 대형 화주의 해운업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HMM 인수전이 흥행하지 못한 이유로 거론된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

 

12일 재계에 따르면 HMM 인수전에 참여한 동원그룹과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 2곳은 인수 가격으로 6조2000억~6조4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인도 시장 개척에 투자한 전체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며, 포스코그룹의 인도네시아 제2고로 투자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 판매법인을 설립한 1996년 이후 현지 누적 투자액을 65억달러(8조5600억원·동반 진출 기업 포함)로 추계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인도에서 70만대를 판매하며 12%의 점유율로 현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기준 현대차의 인도 내 매출은 9조2000억원, 순이익은 7110억원, 순이익률 7%다. 기아와 합산하면 현지 점유율은 15%에 육박하며 일본계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다.

 

포스코는 제조업 투자가 집중되는 인도네시아에서 연산 300만톤(t) 규모의 조강량을 600만t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동차 강판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향후 5년간 35억달러(4조6000억원)를 투자한다. 일관제철소인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에 제2고로와 냉연공장을 짓기 위해서다. 이 금액도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인 크라카타우스틸과의 함께 부담하는 투자다.

 

반면 HMM의 주력인 컨테이너 정기선 사업은 현재 3~4년 주기로 돌아오는 불황기로 접어들고 있다. 같은 돈을 들여도 투자효과를 보기 힘든 시기다. 올해 내내 손익분기점 근처의 운임이 유지되면서, HMM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004억원 대비 97% 감소했다. 또다른 글로벌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Maersk), 이스라엘 짐 라인(ZIM LINE), 대만 완하이(Wan Hai) 등은 적자로 전환했다.

 

현대차, 포스코 등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던 대기업들은 각각 자동차운반선(PCTC), 철광석용 건화물선 등을 필요로 하는 점도 HMM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대량화물의 화주가 쉽게 해운업에 뛰어들 수 없도록 한 해운법 규제도 복병이다. 해운법은 제철원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량화물의 화주(貨主)나 그가 지배하는 법인이 그 대량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해운업의 등록을 신청한 경우, 해양수산부장관이 등록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해운업계 등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데, 일감을 나눌 수밖에 없는 기존 업계의 반대는 불보듯 뻔하다.

 

주식으로 전환할 영구채가 남아 있다는 것도 HMM의 매력을 떨어트린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이 HMM의 지분을 약 32% 갖게 돼 2대 주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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