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률, 지역·단지 따라 차이 확연
부동산 하락기…후회 안 하려면 입지·규모·가격 다 따져야
‘선당후곰’(우선 당첨되고 나서 고민한다는 뜻의 부동산 은어), 청약 만능의 시대는 갔다. 2022년 하반기 금리인상 이후 부동산 시장에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지방 구축아파트까지 찾아가 ‘갭투자’를 하던 유동성의 시대를 지나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원자잿값이 오르며 공급가격 역시 오르자 주택 소비자들은 실속 있는 청약 단지만을 고르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12월 10일 기준) 분양된 총 215개 사업지 중 32.1%인 67곳이 청약경쟁률 0%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낮은 경쟁률 기록은 비단 지방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경기도에서도 안성시, 양주시, 용인시 등에서 0%대 순위 내 청약경쟁률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7925가구에 달했다. 이에 주택사업과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냉각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사업이 임계점을 지나 분양을 미룰 수 없는 단지들은 여전히 시장에 나온다. 이들 단지가 시장에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수요자에겐 호재다. 일정이 미뤄지고 미뤄지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입지 등 전망이 좋은 알짜 분양단지를 찾아봤다.
2024년 손꼽아 기다리던 강남 청약 스타트
역대 최고 분양가(3.3㎡당 6705만원)를 앞세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여전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아파트다. 전용면적 59㎡ 소형타입이 1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기 때문이다. 같은 잠원동, 같은 시공사 브랜드로 2018년 입주한 신반포자이 59㎡ 타입은 지난해 24억원대에 실거래됐다. 분양 후 입주 시까지 몇 억이 떨어지더라도 이익일 정도로 하방이 튼튼하다.
이처럼 실속 있는 공급가격이 나온 데는 전국에서 서초구를 포함한 강남3구와 용산구에만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청약 대기자들의 강남 쏠림 현상은 지금 같은 부동산 하락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아쉽게도 메이플자이는 3307가구라는 단지 규모에 비해 조합원분을 뺀 일반분양 물량이 162가구에 불과하다. 잠실진주를 비롯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내 재건축 단지들이 공사비 갈등 등을 겪으며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강남권 수요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곳은 방배동이다.
주택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원조부촌’ 방배동에선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방배5구역 재건축, ‘디에이치 방배’가 가장 주목받는 단지다. 3000가구가 넘는 규모에 일반분양 물량 역시 1244가구로 계획됐다. 게다가 젊은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전용면적 59㎡ 소형타입부터 114㎡ 대형까지 강남 정비사업 분양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평면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선호도가 높으며 일명 ‘국평(국민평형)’이라고도 불리는 전용면적 84㎡ 물량이 956가구나 나온다. 조합원들의 분양신청이 대형타입에 쏠렸기 때문이다.디에이치방배는 단지 규모뿐 아니라 입지도 우수해 ‘방배 포레스트 자이’로 재탄생하는 방배13구역과 방배동 ‘대장주’ 자리를 두고 경쟁할 전망이다. 서울지하철 7호선과 4호선이 정차하는 이수역, 7호선 내방역 사이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이며 중간에 차도가 있지만 방배초등학교도 가깝다.
5구역보다 규모가 작지만 6구역 ‘래미안 원페를라’도 1097가구 규모를 자랑한다. 일반공급은 465가구 나오며 전용면적 59~84㎡ 중소형 타입으로 구성됐다.
강북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이 ‘H1 프로젝트’라 이름 붙이고 전담 사업단까지 만들어 추진하고 있는 광운대역세권개발사업이 곧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공공분양 415가구를 제외한 2758가구가 일반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1호선 광운대역 일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정차 호재로 노원구 최고 입지로 떠오른 상태다. 광운대역세권개발은 기피시설이던 물류 부지 14만8166㎡를 상업·업무·복합·공공시설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으로 지역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이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인접 단지 월계시영아파트(미륭·미성·삼호3차)도 ‘미미삼’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노원 재건축의 상징으로서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미륭아파트 전용면적 33㎡ 타입 실거래가는 2억원대에서 2017년 하반기 처음 3억원을 넘긴 뒤 가파르게 올라 2021년 9월 7억265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재건축이 확정된 지 반년여가 지난 미미삼이 새 아파트가 되길 기다리기 어렵다면, 바로 옆 역세권개발 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주상복합인 데다 복합시설 개발 경험이 많은 HDC현대산업개발 특성상 먹거리, 볼거리가 많은 ‘슬세권(슬리퍼 차림으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입지)’ 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GTX-C 초역세권은 덤이다.
다만 인근 장위뉴타운 내 장위자이 레디언트 분양가가 2022년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 타입 기준 9억~10억원 초반 사이로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공급가격이 적정한지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당후곰’은 옛말, 분양가상한제 지역 어디?
이처럼 분양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 분양단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주택공급이 진행될 때마다 높은 청약경쟁률로 화제가 되는 과천지식정보타운이 대표적이다.
범죄 없고 녹지 풍부한 청정도시 과천은 서울 접근성이 높은 만큼 집값 또한 비싸다. 2021년 입주한 대단지 ‘과천자이’ 전용면적 59㎡ 시세는 부동산 하락기인 현재에도 15억원에 형성돼 있다. 이에 비해 3.3㎡당 3000만원 수준 분양가의 ‘지정타’를 사이에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밖에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에서 나오는 ‘e편한세상 검단 에코비스타’, 수원 이목지구 내 대방건설 분양 단지들도 주목할 만하다.
지방광역시 분양예정 단지 중 가장 눈에 띄는 입지를 자랑하는 곳은 2월 시장에 나오는 대구 범어우방1차 재건축 단지다. 부자 많기로 유명한 대구 수성구에서도 학군 수요가 큰 범어동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내 미분양이 적체되면서 ‘대구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범어동에서도 1순위 미달 단지가 나왔다. 범어 학군지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범어자이’가 2022년 당시 고분양가와 달라진 시장분위기 여파를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 수요가 꾸준한 만큼 지난해 9월 계약 완료에 성공했다.
광주광역시에선 북구 소재 운암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가 2월 청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3214가구 규모에 일반공급 물량이 1192가구에 달해 이미 광주 지역 수요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 단지는 서광주IC를 통해 시외에 접근하기 좋고 중외공원, 문화예술회관 등이 가까워 생활환경이 우수하다. 현재 아파트 부지는 구립도서관을 품고 있으며 경양초등학교가 바로 단지 앞에 있고 인근에 운암중학교 등 학교가 많다. 이 때문에 젊은 실수요가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