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합의
전세 매물 증가로 가격 상승세 꺾일까
강남 ‘로또 청약’엔 더 몰릴 듯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전세시장 가격 안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예비 입주자들의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뿐 아니라 매달 신고가를 경신하던 일부 지역의 전세가격 상승 속도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실거주 부담이 덜어지면서 올해 강남3구에서 나오는 ‘로또 분양’ 단지의 경쟁률은 더 치솟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일 국토위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여야는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개최에 합의했다. 오는 21일 열리는 국토법안소위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예비 입주자들이 입주 전 최소 한 번은 전세를 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단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77개 단지의 4만9766가구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선 수분양자들은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한숨 돌릴 것으로 보인다.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룰 수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상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입주가 몰리는 서울 송파구 등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풀리면서 전셋값 상승 속도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거주 의무 유예가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 지역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전세수요가 높은 지역이 많다.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의 경우 전체 1만2000가구 중 몇천가구라도 전세로 나오게 되면 전셋값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실거주 의무가 유예 된다면 전셋값 안정화 기여에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서울의 입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둔촌주공 등 단지 규모가 큰 곳에서 일부라도 전세물량이 나오면 임대주택의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3구 지역의 최근 전셋값은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꾸준히 상승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트라팰리스’ 전용 132㎡는 올해 1월 12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해당 면적에서 최고가다. 서울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도 지난해 11월 전용 59㎡가 13억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고,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써밋도 전용 133㎡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잇따라 20억원으로 실거래되며 전세 최고가를 찍었다.
일부 전세 매물이 증가하겠지만 전체 전세 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입주예정 물량중 실거주안하고 임대주는 물량이 절대적으로 많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입주물량이 집중된 특정 단지와 특정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지적으로는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칠수 있겠지만 전체 시장으로는 전세가격이 안정화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의 ‘로또 분양’ 경쟁률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잔금 마련의 부담이 실거주 의무 유예로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강남 3구에서는 서초구 반포동 원펜타스(4월)와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상반기),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하반기), 송파구 잠실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연내),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상반기),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상반기) 등의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함 랩장은 “최근 서초구 메이플자이의 분양 경쟁률이 442.3대1을 기록했는데, 이를 넘어서는 경쟁률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분양가 상한제 지역은 분양가 자체가 고가긴 하지만, 실거주 의무 유예로 부담이 덜어지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청약 예정자들은 관심을 갖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