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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아르노 루이비통 시계 부문 대표 "품목 수 과감히 줄이고, 고급 시계 포지시닝 해나갈 것"

장 아르노 루이비통 시계 부문 대표는 최근 WEEKLY BIZ와 한 인터뷰에서 “시계 품목 수를 과감히 줄이고, 고급 품질의 시계라는 명확한 포지셔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며 “고급 시계 부문에서 루이비통이 1위를 달성해 내겠다”고 했다.
장 아르노 루이비통 시계 부문 대표는 최근 WEEKLY BIZ와 한 인터뷰에서 “시계 품목 수를 과감히 줄이고, 고급 품질의 시계라는 명확한 포지셔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며 “고급 시계 부문에서 루이비통이 1위를 달성해 내겠다”고 했다.

 

“현재 1위는 아니지만, 1위로 만들고 싶다.”

 

경영자로서 ‘1위가 목표다’라는 포부를 밝히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해 보인다.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중시하며 혁신하겠다’는 말은 경영자들 사이 거의 돌림노래 수준이다. 하지만 이 사람이 말하면 좀 다르다.

 

주인공은 루이비통 시계 부문 대표인 장 아르노(26). 최근 신제품 발표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WEEKLY BIZ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고급 시계 부문 1위를 달성하는 건) 긴 여정이 될 수도 있고, 용기도 필요하겠지만, 루이비통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세계 1위 부자’에 이름을 올렸던 명품 업계 거물, 베르나르 아르노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 그룹 회장을 아버지로 둔 이로서는 겸손한 자세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1위’를 내뱉는 순간, 다른 경쟁사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LVMH 그룹이 손을 댄다는 건, 게다가 아르노 가문의 일원이 주도해 회사를 키운다는 건 반드시 1위를 쟁취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한다. 누구에겐 ‘희망 사항’일 것이, 그 자체로 선전포고인 셈이다.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가계도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가계도

◇‘덕후’의 자질을 키워낸 아르노 가문

 

-왜 시계인가.

“어린 시절부터 기계와 공학을 사랑했다. ‘여덟 살 어른’이랄까. 난 따지고 보면 여덟 살배기 아이 같은 면이 있고, 아직 그때 마음으로 사는 것 같다. 여덟 살 아이가 처음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면 미치도록 빠지는 것처럼 난 시계에 버리지 않는가. 그 열정이 나에겐 시계였다.”

아르노 회장의 막내 아들이자, 블랙핑크 리사와 열애설이 불거진 프레데리크의 동생인 장은 지독한 기계 덕후(마니아)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기계공학 학·석사를 졸업한 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자동차에 심취해 영국 럭셔리 차량 브랜드인 맥라렌 기술 센터에선 일하기도 했지만, 이내 자신의 길을 찾아 시계로 방향을 틀었다. 스물 셋의 ‘어린’ 나이에 루이비통 시계 부문 마케팅·제품 총괄로 모습을 드러내자 해외 유력 매체는 앞다퉈 ‘아르노가의 후계자’에 대한 각종 전망을 쏟아냈다.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이 ‘Z세대의 표본’, ‘덕후’였다.

 

-시계 덕후로 불린다.

“시계가 보이기만 하면 뜯고 분해하고 조립하길 반복한다. 내가 새로운 시계를 만들겠다고 하면, 우리 팀은 ‘맙소사, 안 돼요!’라고 말할 지경이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시계의 시제품(試製品)을 만들어 놓으면, 이때부터가 또 다른 시작이다. 진동에 잘 견디는지 알아보기 위해 빨리 달리는 오토바이에 채워보거나, 강도를 실험하기 위해 바닥에 마구 던져 버리기도 한다. 다음에 선보이는 신제품이 더 나은 제품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2022년 루이 비통 시계 부문 대표가 된 이후 한국은 처음으로 방문했다. 어떤 인상인가.

“한국의 시계 컬렉터들의 수준 높은 지식에 또 한 번 놀라고 반가웠다. 싫은 점은 무언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언지, 아주 꼼꼼하게 지적했다. 나 역시 시계 컬렉터로서 그들과 논쟁하고 토론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근래 들어 정말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의 공식 방한은 이번이 세 번째. 그 중 과거 두 번은 아버지와 함께였고, 이번엔 홀로 왔다. 아르노 회장은 전 세계 주요 행사에 자신의 자녀를 대동해 해외 매체에 노출시킨다. 장은 2019년 서울 청담동 루이비통 플래그십 오픈과 2021년 디올 성수 콘셉트 스토어 오픈식 때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부터 주말마다 매장에 데리고 다니고, 주요 이벤트에 함께 하면서 현장 경영 수업을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덕분에 고객들이 매장에 찾았을 때 제품의 품질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도록 하는 게 내게 가장 우선 순위가 됐다. 시계를 팔아 내는 수익보다 고급 품질의 시계라는 명확한 포지셔닝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품목 수 과감히 줄이는 선택과 집중

1854년 설립돼 170년 역사를 자랑하는 루이비통이지만, 시계 제조는 20년 남짓이다.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들은 200여 년 역사를 넘나든다. 보수적인 시계 팬들의 잣대를 넘어서는 건 그 세월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취급 품목 수의 80%를 없앴다.

“그만큼 엄청난 매출을 포기하는 일이었기에 절대 쉬운 건 아니었다.”

 

-매출 성과를 빨리 올려야 인정받지 않는가. 왜 이렇게 했나.

“고급 시계 제조 회사로 변화를 시도한 건, 우리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내가 회사에 출근한 첫날부터 모험이 시작됐다. 회사를 대표하는 유명 시계 제작자들이 내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장, 저렴한 쿼츠(전자식) 시계는 그만두세요.’ 나는 처음에 이런 말에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마라톤 토론을 거친 끝에 ‘그들 말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유수의 시계 브랜드보다는 역사가 짧은 게 단점 아닌가.

“짧은 역사가 장점이 되기도 한다. 오랜 역사의 시계 브랜드를 보면 1940년대, 1950년대 등 과거를 재해석한 제품을 주로 내놓고 있다. 우리에겐 참고할 과거가 별로 없다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동시에 희망도 준다.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며 디자인한다. 20년, 200년 뒤에도 신선하고 유효한 디자인이 우리의 생명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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