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 한화입니다. 주력인 방위산업, 우주항공, 에너지, 조선이 모두 잘되고 있거든요. 주가가 이걸 잘 보여주죠. 올초만 해도 3만원대 수준이던 한화오션 주가가 두 달여 만에 8만원 선으로 두 배 넘게 뛰었어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 기간에 두 배 가까이 올랐죠. 여기에 지주사인 (주)한화와 한화시스템 주가도 크게 상승했고요. 한화는 재계 서열 7위 그룹인데요. 이 추세라면 곧 5위 안에 들 수도 있습니다. 6위 롯데가 주력 사업의 부진 탓에 흔들리고 있고 5위 포스코도 철강·배터리 소재 사업이 모두 안 좋거든요.
그런데 한화에는 이런 ‘묵직한’ 사업만 있는 게 아니라 소비재 사업도 꽤 있어요.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갤러리아 백화점이죠. 또 서울시청 앞 더플라자 같은 호텔이나 리조트 사업도 있고요. 또 파이브가이즈 같은 외식업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화의 소비재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김동선 부사장인데요. 그룹의 주력 사업을 맡은 첫째 형 김동관 부회장이나 한화생명 같은 금융 계열사를 이끄는 둘째 형 김동원 사장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을 맡고 있어서 주목은 덜 받고 있지만 요즘 누구보다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 중입니다. 한화갤러리아란 계열사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어요. 단체급식 시장의 강자인 아워홈 인수에 나섰고 음료와 아이스크림 사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인천 영종도의 초대형 복합리조트인 인스파이어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김동선 부사장의 최근 행보를 들여다봤습니다.
◆단체급식·음료·빙과…식품업 본격 확대
김동선 부사장은 김승연 회장의 막내아들입니다. 원래는 운동선수였습니다. 승마 했어요. 취미로 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금메달까지 땄습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당시 17살의 나이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후에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어요. 올림픽에도 나갔지만 메달 순위에 들진 못했습니다.그런데 승마보다 사람들에게 더 알려진 것은 사건·사고였어요. 주로 술 마시고 남 때리거나 기물을 파손해서 문제가 됐습니다. 특히 2017년에 있었던 변호사 폭행 사건이 컸습니다. 한동안 회사를 떠나 있어야 할 정도였어요. 당시 김앤장 로펌 신입 변호사들과 술 마시다가 폭언과 폭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그 일에 앞서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종업원을 때린 일이 있어서 파장이 더 컸습니다. 2020년 말 한화에너지로 복귀하기까지 4년 가까이 회사를 나가야 했어요.
김동선 부사장이 경영자로서 부각된 것은 2023년 미국의 ‘3대 햄버거’로 불리는 파이브가이즈 매장을 국내에서 처음 열 때였어요. 한화갤러리아를 통해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왔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렸거든요. 이후 서울에만 5개까지 매장을 늘렸는데 다 잘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1800여 개 파이브가이즈 매장 가운데 한국의 5개 매장이 매출 순위 ‘톱10’에 들었어요. 재벌집 막내아들이 취미로 사업하는 것 같다는 비판도 일부 있긴 했어요. 하지만 잘한 건 잘했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어요. 해외에서 잘되는 외식사업 들여와서 의외로 잘된 사례가 많이 없거든요.
김동선 부사장이 사업적으로 또 부각된 건 아워홈 인수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올 2월 아워홈 지분 50.6%를 8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어요. 아워홈은 국내 단체급식 시장 2위 회사입니다. 연매출이 2조원에 달하고 영업이익도 1000억원 가까이 합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매출이 연간 7000억원쯤 하는데 자신의 덩치보다 세 배 큰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겁니다.더구나 아워홈은 경영권 분쟁 중이기도 해요. 이 회사는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아들 구자학 회장이 세웠는데요. 구자학 회장 사후에 자녀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어요. 한화가 사겠다고 한 지분은 장남 구본성 씨와 장녀 구미현 씨 지분인데요. 막내딸인 구지은 씨가 여기에 반대하고 있어요. 구지은 씨는 자신이 먼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거든요.
그런데도 아워홈 인수에 나선 것은 지금의 사업만으론 성장이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파이브가이즈를 통해 성공 사례를 쌓긴 했지만 매출이 연간 100억원대 수준으로 그리 크진 않아요. 더구나 백화점 업계에선 존재감이 미미하죠. 매장 수가 5개밖에 안 되고 그나마도 경쟁사인 롯데, 신세계, 현대에 크게 밀리고 있습니다. 서울 압구정동의 명품관도 신세계 강남점에 상대가 안 되죠. 더구나 요즘 백화점 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어요. 해외 명품 판매가 예전 같지 않거든요. 국내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이 2022년 15.8%에 달했는데 2023년엔 2.2%로 뚝 떨어졌고 작년에도 1.4%에 불과했어요.
◆인스파이어 리조트 인수설도 나와
호텔, 리조트 사업도 성장이 쉽지 않아요. 한화는 대명소노에 이은 국내 2위 리조트 사업자인데요. 리조트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반해 매출 규모는 크지 않아요. 국내 1위 대명소노조차 연간 매출이 1조원을 넘지 않죠. 백화점, 호텔, 리조트 사업만으로 대기업 지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규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선 본인이 물려받을 사업이 상대적으로 너무 작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큰형이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같은 회사는 매출 규모도 크고, 성장성도 높고, 미래 산업이란 이미지도 있죠. 둘째 형이 이끄는 한화생명의 경우 자산총액만 114조원에 달해요. 여기에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같은 금융사도 있고요.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선 형들보다 자신의 몫이 너무 작다고 느낄 수 있어요. 이 때문에 부친인 김승연 회장이 건재할 때 조금이라도 더 그룹의 지원을 받아서 몫을 키우고 싶어 할 수 있어요.
김동선 부사장은 식품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어요. 한화갤러리아를 통해 음료 제조사인 퓨어플라스란 회사를 작년에 인수했어요. 또 아이스크림 공장을 경기도 포천에 짓고 있기도 하고요. 음료, 아이스크림 사업은 김승연 회장의 동생이자 김동선 부사장의 숙부인 김호연 회장이 하는 사업입니다. 빙그레가 이 시장의 강자이죠.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그룹 내부에서도 자신의 몫을 늘리고 있어요. 한화건설의 해외사업본부장 자리를 작년 초에 맡았어요. 한화건설은 그룹 지주사인 (주)한화의 한 사업부로 되어 있는데요. 김동선 부사장이 분할한 뒤 가져갈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해요. 여기에 더해 반도체 장비 기업인 한화세미텍과 한화모멘텀, 보안카메라 업체 한화비전 같은 기계·장비 사업도 김동선 부사장에게 돌아갈 것 같습니다. 김 부사장이 이들 회사의 미래비전 총괄이란 직함을 맡고 있거든요. 종합하면 김 부사장은 그룹 내 유통과 호텔, 리조트, 식품, 건설, 기계, 로봇 등의 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여기에 또 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최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드림파크 승마 경기장에 테마파크를 짓기로 인천시와 협약을 맺었어요. 이곳에 호텔과 아쿠아리움, 승마경기장이 있는 복합 문화시설을 짓겠다는 겁니다. 여기에 인천 영종도의 초대형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 인수설까지 나옵니다. 이 리조트는 미국 모히건그룹이 2조원 넘게 투자해 세웠는데 운영한 지 1년 만인 지난 2월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갔어요. 인스파이어를 지을 때 끌어다 쓴 대출에서 디폴트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베인캐피탈이란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했어요. 공교롭게 이 리조트는 한화건설이 지었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경영 노하우를 전수했어요. 베인캐피탈과 한화에 팔아서 ‘엑시트’를 하는 게 가장 유력한 매각 시나리오가 되는 것이죠.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공개매수해서 지분을 16.8%로 늘렸어요. 한화갤러리아가 김 부사장의 사업 확장 기반이 될 것이란 의미죠. 한화갤러리아가 백화점 사업으론 한계를 보이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신규 사업을 벌여 나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사실 이미 벌여 놓은 파이브가이즈나 아이스크림, 음료 제조 사업만 해도 규모가 상당한데요. 여기에 더해 또 어떤 사업을 시도할지 눈여겨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