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운영비 겉핥기 절감 말고 ‘재무제표에 안 보이는’ 원가 주목
우크라이나전쟁과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원가절감이 다시 화두로 등장했다. 2023년 1월, 미국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앤디 제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 30만 명 중 6%에 해당하는 1만8000명을 정리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8만7000명 직원 중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을 해고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팬데믹 이후 급증한 온라인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했던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경기 침체로 광고 수입이 줄자 너도나도 감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90% 이상이 2023년 경영 계획 수립 시 현상 유지 또는 긴축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가 전사적 원가절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긴축 경영을 선언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주력 상품인 디램과 낸드메모리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 하락한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2022년 4분기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 관련 예산 50%, 팀장 관련 예산 30% 등 운영 경비를 축소하고 임원 감원이나 조직 통합을 통해 조직을 2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기업들이 제시한 원가절감 방안은 단기적이고 가시적이며 절감 성과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 기업들이 효과적인 원가절감 기회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그리고 원가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기반으로 원인별 원가절감 방안과 요요 현상 방지를 위한 대안을 모색해보자.
1. 원가절감의 기회
1) 가치사슬 분석을 통한 원가절감 포인트 발굴
기업은 기본적으로 가치사슬(value chain) 분석(그림 1)을 바탕으로 원가절감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다. 가치사슬이란 기업이 공급 업체로부터 원재료를 구입해 최종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 연계된 모든 가치 창출 활동을 의미한다. 가치는 기업 내부적으로 창출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기업들 간 협업을 통해 창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 외부에서 발생하는 원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원재료 비중이 큰 경우 공급 업체로부터 양질의 원재료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환경에서 삼성전자는 상황 변화에 따라 거래처와 물류망을 유연하게 변경했다. 생산 기지와 공급망을 분산해 특정 권역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권역에서 부품과 소재를 조달했다. 또한 전담 조직을 만들고 구매 통합 시스템을 활용해 공급망 리스크를 분석함으로써 공급망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했다. 삼성전자는 구매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구매 원가를 절감해 2021년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액 73조9800억 원과 영업이익 15조82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2) 전략적 포지셔닝의 고려
기업이 집중해야 하는 원가절감 포인트는 전략적 포지셔닝(strategic positioning)에 따라서 달라진다. 경쟁 전략 이론에 따르면 본원적 전략은 원가 우위(cost leadership) 전략과 제품 차별화(product differentiation) 전략으로 구분된다. 두 가지 전략은 경영자에게 전혀 다른 원가 마인드를 요구한다. 예컨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 사업자는 전형적인 원가 우위 전략을 추구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고객 유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리점 영업 대신 온라인을 통한 직판을 주로 한다. 이러한 유통 비용 절감은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반면 2023년부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 전략에서 고성능 제품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전환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의 격차를 줄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23 부품의 성능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자 일부 고객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차별화를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구할 때 원가절감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3) 보이는 원가보다 더 큰 보이지 않는 원가
손익계산서는 매출, 매출원가 및 판매비와 일반관리비 등 계정별 원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제조나 판매 및 관리 활동으로 원가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보여주지만 왜 발생했는지의 원인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손익계산서에서 쉽게 보이는 항목 위주로 원가절감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임원들의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게 하거나 이면지를 활용해 관리비를 줄이는 식이다. 이러한 정책이 기업 내 원가절감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전체 원가에서 출장비나 복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원가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 오히려 해외 출장의 원인을 규명해 출장 자체를 줄이거나 불필요한 프린트 출력을 하지 않도록 종이 없는 사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원가의 절감 기회는 손익계산서에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림 2]가 보여주듯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검사 비용, AS 비용, 재작업 비용 등은 비교적 쉽게 비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설계 변경, 판매 손실, 납기 지연, 과다 재고 등으로 인한 기회비용은 규모가 크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원가절감의 성공 여부는 이런 보이지 않는 원가를 가시적(visible)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원가를 발생시키는 원가 동인(cost driver)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2. 원가를 발생시키는 원인(cost driver)
손익계산서상 매출원가와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는 생산량(output volume)에 따라 변동하는지 여부에 따라 변동비(variable cost)와 고정비(fixed cost)로 분류된다. 이런 분류는 원가 동인을 생산량으로 가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재료와 같은 변동비는 생산량에 따라 변한다. 그러나 인건비, 기계 감가상각비와 같은 고정비는 생산량의 변동과 관련 없이 발생한다. 예컨대, 경기 침체로 생산량이 감소하면 변동비는 함께 줄지만 고정비는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인력을 감축하거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조직운영비나 인건비를 줄이는 이유는 고정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산량이 원가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원가 발생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원가를 발생시키는 다른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원가는 다양한 원가 동인(cost driver)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효과로 정의할 수 있다. 원가의 발생 원인을 구조적 원가 동인(structural cost driver)과 실행적 원가 동인(executional cost driver)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1) 구조적 원가 동인
우선 기업은 제품 생산을 위해 규모, 범위, 경험, 기술 및 복잡성 등 경제적 구조(economic structure)를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선택된 경제적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원가 발생 요인을 구조적 원가 동인(표 1)이라고 한다.
구조적 원가 동인을 변경해 원가를 절감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된다. 예컨대, 기업 규모의 경우 규모의 경제(economics of scale)와 규모의 비경제(diseconomics of scale)가 모두 존재하는 가운데 산업 특성이나 경쟁 구조에 따라 최적 규모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한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 발전은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원가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 등 생산 공정의 혁신은 제품의 생산 공정뿐만 아니라 원가 구조도 변화시킨다. 또한 기업의 규모를 확대하거나 수직적 통합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 등을 활용한 기업 구조의 변화가 요구되기도 한다. 아울러 제품과 프로세스의 복잡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제품 라인의 축소 및 사업부 분사와 같은 구조 변화도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2) 실행적 원가 동인
실행적 원가 동인은 제품 사양, 공급자 및 고객과의 관계 구축, 공정 배치 효율성, 설비 활용 수준, 전사적 품질 관리, 직원 관여 수준 등 원가를 유발하는 기업의 실행 역량(ability to execute)을 의미한다. 이는 규모, 범위, 기술 등 구조적 원가 동인이 결정돼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도 실행 역량에 따라 원가 경쟁력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불황기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원가 동인이기도 하다. 실행적 원가 동인을 활용한 원가절감 방안은 다음과 같다.
① 목표 원가 기반 제품 설계를 통한 원가절감
기업은 고객이 요구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제공하면서 목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 가격에서 목표 이익을 차감해 목표 원가를 설정하고 여기에 맞춰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그림 3]에서와 같이 총원가를 100%라고 가정하면 제품 설계 과정에서 실제 발생하는 원가는 총원가의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설계 과정에서 총원가의 85%는 확정된다. 확정된 원가는 이후 생산, 마케팅 및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실제 발생하게 된다. 제품 설계과정에서 도출된 목표 원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치 공학(value engineering) 방법론을 활용해 고객에게 필요한 기능을 목표 원가 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설계 경제성 분석(VE)’을 상시적으로 수행하기로 했다. 예컨대, 특정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의 원가 구조가 악화했을 때 모듈을 모두 분해해 소재나 부품의 대체재를 찾거나 구조를 변경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이다.
② 공급자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구매 원가절감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재료비 비중은 총 제조원가의 60%가 넘는다. 따라서 재료비를 줄였을 때 원가절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데 기업들이 공급처, 수량, 발주 주기를 관행적으로 결정하는 탓에 구매 효율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매 품목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검토하고 입찰을 통한 최저가 구매, 대량 구매를 통한 수량 할인, 신규 공급 업체 발굴, 장기 계약을 통한 파트너십 구축 등 조달 품목의 특성을 반영한 구매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단, 구매 과정에서 단가 인하를 일방적으로 공급 업체에 전가하는 경우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③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공장에서 공정 배치의 효율성을 제고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 기업은 프로세스별 활동 분석(activity analysis)을 통해 부가가치 활동과 비부가가치 활동을 구분할 수 있다. 비부가가치 활동을 제거하고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면 업무 수행에 투입되는 설비와 인력 등 자원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비부가가치 활동을 제거하면 기존 제품 생산에 투입된 자원 중 유휴 자원(unused capacity)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장기적인 불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유휴 자원 매각 등을 통해 원가를 축소할 수 있지만 일시적인 불황의 경우에는 유휴 자원을 다른 용도에 활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대한항공이 여객 수요가 감소하자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한편, 공정 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병목공정(bottleneck)이 발견될 수 있다. 제약 이론(Theory of Constraint)에 따르면 병목공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체 생산 능력이 병목공정의 생산 능력에 종속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전체 생산량을 병목공정 생산 능력에 맞춰 생산하면 여유공정에서 재공품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전체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병목공정의 생산 능력을 증가시켜야 한다. 추가적인 투자로 병목공정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 유휴 자원인 여유공정의 설비가동률이 높아져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④ 전사적 품질관리를 활용한 원가절감
전사적 품질관리(Total Quality Management)는 예방 원가와 평가 원가등 예방적 품질관리에 대한 투자를 통해 내부 실패 원가와 외부 실패 원가같은 실패 비용을 절감하는 전사 품질관리 프로그램이다. 특히 외부 실패 원가는 회사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엄청나게 발생시킨다. 2015년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은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밝혀진 후 고객의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시가총액이 37% 하락했다. 전체 품질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 활동과 평가 활동에 투자해 재작업 및 리콜과 같은 내외부 실패 비용을 대폭 절감해야 한다. 6시그마와 같은 다양한 품질 혁신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⑤ 직원 참여를 통한 원가절감
원가절감에는 최고경영층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원가절감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으며 원가절감을 직접 실행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현업 직원들이다. 따라서 원가절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원가절감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통해 동기부여하고, 회사와 직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한다. 아울러 경영진은 절감한 원가를 회사에 성장 재원으로 재투자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4. 원가 요요 현상을 막으려면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체중을 줄였다 하더라도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예전과 비슷한 체중으로 돌아온다. 체중은 독립변수가 아니라 식습관, 운동 습관 등의 종속변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요 현상을 방지하려면 식습관, 운동 등 체중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들을 건강하게 변화시키고 지속시켜야 한다. 마음을 놓으면 금방 체중이 불어나고 다시 불어난 체중을 줄이려면 처음보다 더 어렵다.
원가절감도 체중 감소와 마찬가지다. 맥킨지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황기에 달성한 원가절감 중 일정 부분은 12~18개월 내 원상회복되고, 과거 원가절감 중 3년간 효과가 지속된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가 동인을 최적화해 원가를 줄였다고 할지라도 원가 요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조직과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조직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
먼저, 원가절감 프로젝트 관리 조직(Project Management Office)을 상설 조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전사적 원가절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전사 차원의 다양한 원가절감 과제가 도출된다. 실행 과제 특성에 따라 기간도 수개월부터 1~2년으로 다양하고 담당 부서도 모두 다르다. 그런데 원가절감 과제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타 부서나 협력사로 떠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고 실제 원가는 절감되지 않았으나 서류상으로만 원가가 절감된 경우도 많다. 따라서 원가절감에 필요한 자원을 적재적소에 제공하고 원가절감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인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조정할 상설 담당 조직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전사적 원가절감 프로그램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절감된 원가 금액을 산출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원가절감 금액은 현금흐름(cash flow)을 기준으로 산출하고 절감된 재원은 성장 부분에 재투자함으로써 원가절감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원가절감의 목적은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지, 단순히 자원을 아끼고 절약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가절감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경영진의 적극적인 변화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 내에서 원가절감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직원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원가절감은 명예퇴직, 정리 해고와 같은 인력 감축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 내에 존재하는 비효율에 대해서는 현업 직원들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 원가절감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가절감의 목적이 불황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지 단순히 인력 감축에 있지 않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원가절감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구축하고 원가절감이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한다. 원가절감이 조직과 개인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강화하고, 조직 내 원가절감 관련 성공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원가절감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 문화의 일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혁신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방식의 원가절감은 한 번은 몰라도 지속가능한 방식은 아니다. 원가절감은 불황일 때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한 비상수단이지만 동시에 기업의 누적된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원가절감으로 확보한 재원을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재투자한다면 불황이 끝나고 호황기가 왔을 때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