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선 다른 여러 가지 차이보다도 '기술 영역의 차이가 경제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 역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발을 만드는 작업은 사람 손이 꽤 많이 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싼값에 고용할 수 있는 나라에다가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유리하다. 20세기 중반 미국과 서유럽의 신발 회사들은 바로 그런 이유로 아시아 국가에다가 공장을 건설했다. 자국 사람을 고용하는 돈의 절반 또는 반의 반만 줘도 아시아 국가 사람을 고용할 수 있었기에, 적은 돈으로 물건을 만들 수 있었다.
1970~1980년대 한국 부산에 수많은 신발 공장이 지어져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도 크게 보면 그런 차이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자본주의 경제의 흐름 그대로다. 돈이 많은 미국과 서유럽에서 돈 없는 한국으로 자본이 흘러 들어왔다. 한국 사람들은 신발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 수 있게 되었고, 미국. 서유럽 사람들도 한국에 투자한 공장이 잘되면서 같이 이익을 누렸다.
그런데 요즘 신발산업은 과거와는 점차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으로 신발을 만들어 내는 로봇이 계속해서 발전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적은 돈을 받고 신발 만드는 작업을 할 직원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은 과거에 비해 큰 장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로봇을 다루는 기술을 지닌 직원을 구하기 쉬운 편이 유리하다. 로봇을 조종할 컴퓨터 프로그램에 익숙한 사람, 로봇을 개량할 전자공학 지식을 갖춘 사람이 많은 나라에 공장을 건설하는 편이 훨씬 더 좋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식을 지닌 사람이 많은 나라, 즉 이미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킨 선진국이 오히려 공장을 운영하기에 더 유리한 나라라는 뜻이 된다.
이렇듯 기술의 차이는 자본주의 경제에서도 돈 없는 곳에서 돈 많은 곳으로, 돈을 거꾸로 흐르게 하고 있다.
참고: 곽재식 교수의 '루커스의 역설 - 돈은 거꾸로 흐른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