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은 가운데 전세보증금(이하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전세금 미반환' 문제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전세금 반환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는 만큼 세입자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 간다.
전세 계약이 만료된 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고 액수는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액수는 5790억원으로 최대였다. 건수 기준으로는 2799건이다.
일단 이사를 가면 다음날 전세금을 주겠다는 집주인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짐을 뺏다가 곤경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전세금을 약속한 대로 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만일에 사태에 대비할 방법이 있다면 해서 손해볼 것이 없을 법하다.
이사 당일 전세금 돌려받기가 가능한 경우와 달리 전세 계약 기간이 이미 끝난 다음날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준다고 약속한 경우라면 상황이 간단치 않다.
전세 기간이 끝난 후 전세금을 돌려주겠다는 집주인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는 세입자의 고민은 부동산 관련 각종 커뮤니티에도 등장한다.
6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서로 간 합의를 통해 설정한 전세금 시기가 이사 당일이 아닌 다음날이라면 해당 날짜가 임대차 계약 종료일이 된다"며 "집주인과 세입자는 동시이행 관계이기 때문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않은 상황에서 세입자가 이사해야 한다면 일부 짐을 남겨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변호사는 "일부 짐을 남겨 놓았다면 임대차 기간이 끝나도 세입자가 집을 계속 점유한 상태로 간주할 수 있다"며 "집주인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집주인이 지켜야 할 전세금 반환 의무와 세입자가 집을 비워줄 명도 의무 간의 동시이행 관계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만약 이사 다음날에도 집주인이 전세금 반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세입자는 어떻게 대처야 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즉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상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2주 정도 지난 뒤 관할 법원으로부터 결정문이 나온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임차권등기 완료 여부가 확인되면 해당 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남이 있는 짐을 뺀 후 집주인에게 완전히 집을 인도해도 된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세금을 돌려받기 힘든 상황에서 이사를 가야 할 때 세입자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등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