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과시적 소비' 피로감
최근 큰 로고가 달린 명품보다 '아는 사람만 아는 명품'이 뜨고 있다. 화려한 디자인의 제품보다 로고가 없고 수수한 디자인의 명품이 인기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제적 불확실성 등 사회 분위기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로고가 없고 수수한 디자인의 이른바 '스텔스 럭셔리(조용한 명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스텔스 럭셔리'의 예로 할리우드 배우 귀네스 팰트로의 법원 출석 패션을 언급했다. 스키를 타다 한 남성과 충돌한 일로 민사 소송을 당한 팰트로는 최근 이 소송 재판이 열린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 지방법원에 단조로운 색상의 로고가 없는 옷을 입고 출석했다. 그러나 명품을 아는 사람들은 팰트로가 걸친 옷이 아주 비싼 명품이라는 점을 쉽게 알아챈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의 조디 칸 명품 담당 부사장은 "이번 시즌에는 로에베와 생로랑, 미우미우와 같이 눈에 확 띄는 디자인을 추구하던 브랜드들이 고전적인 감성에 기대면서 스텔스 럭셔리의 분위기가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스텔스 럭셔리가 유행하게 된 배경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의 경제적 불확실성 등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품 컨설턴트인 로버트 버크는 당초 젊은 구매자들은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을 좇았지만, 팬데믹 기간 경기 부양책과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이제는 그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버크는 "현재는 경제 불확실성과 함께 어느 정도 피로감이 있다"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돈이 많다는 것을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분석가들은 사람들이 과시하고 싶을 때는 경제적으로 좋은 시기이지, 재정적 미래가 불확실한 시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디자이너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럭셔리 인스티튜트의 마틴 페드라자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과거에도 스텔스 럭셔리가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대 디자이너 도나 카란과 미우치아 프라다가 실용적인 의상을 유행시켰을 때가 있었고,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스텔스 명품 패션이 유행했다.
다만 스텔스 패션이 유행하더라도 여전히 큰 로고와 화려한 무늬의 패션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페드라자 CEO는 "로고를 원하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할 것이며 샤넬마저도 로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행을 따르는 브랜드는 언제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