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9월 위기설’에 “근거 없다”
시장은 ‘급작스런 위기’ 아니다 분위기
부채 연착륙 실종에도 ‘중장기 정책 플랜’ 안 보여
“예견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제기되는 ‘9월 위기설’과 관련해 이러한 입장을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금융지원 종료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따른 위기 우려는 충분히 지적돼 왔고, 그간 대비해 온 문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위기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당국 "일부 언론, 유튜브서 거론되는 위기 없을 것"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9월 위기설’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9월 위기설은 이달 말에 끝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종료와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상승 우려가 발단이 됐다.
당국은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금융지원이 9월에 종료돼도 만기 연장 조치 시한이 2025년 9월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연체율이 곧바로 급상승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상환 유예된 대출도 최장 5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2.01%에서 6월 말 2.10%로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전했다. 지난 1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0.82%p 높아진 바 있다.
이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과도한 우려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일부 언론이나 유튜브 쪽에서 거론되는 우려들이 현실화돼 발생되는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장기적 대책' 실종이 문제
당국의 이 같은 진화 작업에도 시장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당장 이달에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특별한 조치없이 무대응에 나설 경우 시장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대출 증가에 있다. 대출 수요는 현 금리 지표뿐만 아니라 향후 금리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당장 금리가 높더라도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수요자들이 대출에 나선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최근 5회 연속 동결되며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는 대출 확대 억제 수단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대출이 크게 증가한 이유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집값 바닥론’이 생성됐고 이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세가 커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100%를 돌파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하는 ‘레드라인’도 넘어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심화된다면 위기설은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부터는 전세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전세대출 거래량은 ▲2021년 하반기 25만7000호 ▲2022년 상반기 29만3000호 ▲2022년 하반기 28만2000호 ▲2023년 상반기 34만3000호 등으로 꾸준히 상승세다.
전세대출 만기는 보통 2년 단위로 돌아온다. 지금처럼 전세값이 계속 하락한다면 역전세에 따른 피해는 줄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물론 당국이 최근 전세 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완화했고, 전세값도 8월 들어와 1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해 역전세 우려는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빌라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아파트 위주로 전세값이 안정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고금리에 따른 2금융권 부실 우려도 여전하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업계의 6월 말 기준 평균 연체율은 5%를 넘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장기간 내리지 않으면 2금융권 불안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등으로 ‘9월 위기설’이 제기됐다. 앞으로도 부채 이슈가 새롭게 발생하면 ‘10월 위기설’, ‘12월 위기설’이 만들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시장 안정을 위해 위기설을 일축하는 당국의 자세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부채 위기 대응에 필요한 세밀한 정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위기설 진앙지인 부채가 다시 커지는 이유는 중장기적 대책이 보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