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아파트 전셋집을 새로 구했습니다. 집주인은 전셋집이 있는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주인의 주소는 정확하게 모르고, 개인 휴대폰 번호 연락처만 알고 있는데요. 혹시 집주인 주소를 모르는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주택 전·월세 임대차 계약할 때 세입자가 집주인의 주소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흔히 있다. 한 건물에 세입자와 집주인이 함께 거주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빌라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라면 집주인이 해당 건물이 있는 지역과 전혀 다른 곳에 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세입자가 집주인의 주소를 모른 채 넘어가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일에 문제가 없다면 상관없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추후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전세 보증금 반환 소송 등의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집주인의 거주지 주소를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전월세 계약을 맺을 때 집주인의 거주지는 계약서에도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한 건물에 함께 사는 게 아니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세입자가 정상적으로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큰 문제는 없다”라면서도 “다만 계약상 문제가 발생해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하거나 전세금 반환 소송을 제기할 때 집주인의 주소를 모른다면 시간이 매우 지체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내용증명이란 개인 및 기업 간 채권, 채무에 관련된 이행 사항 등의 득실변경을 문서화한 것으로 우편물의 등본에 의해 증명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 전세금 반환 소송이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을 상대로 세입자가 제기하는 소송이다.
먼저 세입자가 내용증명을 보낼 때 집주인 주소를 꼭 알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내용증명은 상대방이 문서를 받아야 효력이 생기는데, 집주인 주소를 모르거나 알고 있었던 주소지와 실제 주소지가 달라 문서가 도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전세금 반환 소송을 제기할 때도 마찬가지로 집주인 주소가 필요하다. 세입자가 전세금 반환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세계약을 해지해야 하는데, 집주인에게 의사가 전달되지 않으면 계약해지권에 문제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전세금 반환 소송도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내용증명은 전세계약이 끝날 때쯤 집주인에게 계약갱신거절과 전세금 반환을 요구할 때 사용한다. 전화나 메시지 등으로 의사표시를 해도 되지만, 세입자의 의사가 집주인에게 도달돼 하지 않는다면 계약을 해지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계약해지가 되지 않는다면 전세금 반환 소송 역시 지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럼 집주인이 현재 살고 있는 정확한 주소지를 모르는 세입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일단 세입자가 임의로 알고 있는 주소로 내용증명을 보내면, 내용증명이 반송된다. 이 때 되돌아온 반송 봉투, 반송된 내용증명서 원본, 신분증, 임대차계약서를 함께 첨부하면 집주인의 주민등록등본 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런데 초본 발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세입자가 필요한 서류를 지참해 주민센터를 방문했더라도, 주민센터 측에서 개인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법원에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신청하면 된다. 공시송달이란 문서를 받을 사람의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 법원에서 법원 게시판에 게시하거나 대법원 규칙에서 정하는 방법으로 당사자에게 전달이 되도록 한 법 절차를 말한다.
엄 변호사는 “공시송달 신청하면 법원에서 세입자에게 주소보정명령서를 발부하게 되고, 세입자는 이를 주민센터에 제출해 집주인의 주민등록 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